[2020격전지]'정치1번지' 먼저 깃발 꽂은 이낙연…황교안의 선택은?

[the300] 역대 3번의 대통령을 배출한 '종로' 대진표 관심

김하늬 기자 l 2020.01.24 08:25

▷청와대가 속한 지역구…대통령만 3명 배출한 '종로'

여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출마선언을 공식화 했다. 그는 전날 이해찬 당대표의 출마 제안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는 말로 본격적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종로 빅매치'의 상대는 미정이다. 정치권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를 유력하게 보지만 정작 황 대표는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것"이라는 입장 표명 외에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용산, 강남 등 다른 지역구 출마 가능성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종로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1번지'로 꼽힌다. 장면 전 총리와 정세균 총리도 종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귀성인사를 마친 뒤 4·15 총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제안과 종로 출마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역대 성적표는 

종로구의 정치 성향은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된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보수 정당 후보가 강세를 이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997년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그는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자진사퇴했고 이어진 1998년7월 보궐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종로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2000년 16대 총선(정인봉), 2002년 보궐선거(박진), 2004년 17대 총선(박진), 2008년 18대 총선(박진) 모두 한나라당의 독식이 이어졌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종로로 옮긴 정세균 총리가 홍사덕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다시 민주당 땅이 됐다. 정 총리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큰 차이로 이기며 종로를 수성했다.

▷여당 대권주자 지지율 1위 이낙연 '등판'

지난 11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며 사실상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종로 출마 후보로 이낙연 전 총리가 꾸준히 언급됐다. 이 전 총리는 23일 당의 종로 출마 제안을 수락했다.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도 맡는다. 

이 전 총리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한다. 호남에서 이미 4선을 했고,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를 역임한 만큼 종로 지역구에 적임자로 평가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제21대 총선 영입인사 5호 외교·안보 전문가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야당 맞수?

황교안 대표는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 한 뒤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한국당은 험지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역구를 고심하고 있다. 

종로 외에도 서울 용산, 강남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 출마로 기울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먼저 '몸풀기'에 나선 이 전 총리는 '총리 더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황 대표와의 대결 관련 질의에 “물론 (아직 출마를 결정하지 않은) 상대 당의 결정에 대해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면서도 “제 개인적인 마음을 말씀드리면 신사적 경쟁을 한번 펼쳤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300 관전평

이낙연과 황교안. 두 사람은 사실 불과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사는 잠원동 동아아파트는 반포역 5번출구. 황교안 대표의 신반포21차아파트(구한신아파트)는 반포역 6번출구다. 아파트는 왕복 4차선 도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속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정치 거물'의 동네 출마를 내심 기대하기도했다. 현역 의원은 이혜훈 새로운보수당 의원이다. 

한 동네지만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집값'은 엇갈렸다. 반포역 6번출구쪽 아파트 단지는 재개발이 확정된 반면 5번출구쪽 단지는 불발됐다. 덕분에 황 대표의 아파트 시세는 올 1월 매매가 기준 35억원을 훌쩍 넘겼다. 길 건너 이 전 총리의 아파트는 19억원이다. 

이 전 총리가 종로 출마를 위해 퇴직과 동시에 종로에 전세를 구하고 잠원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반면 황 대표는 이사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이 종로에서 맞붙을 경우 종로는 '대선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패배하는 쪽은 깊은 내상을 입고 정치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총리의 대결이다보니 '촛불 혁명 완수'와 '정권 심판론'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전 총리가 종로로 굳히면 황 대표는 배짱이 없어서 못 나올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당분간은 황 대표의 결단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