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영입인재 1호…'엽기토끼' 최혜영의 씩씩한 정치

[the300]나는 장애인과 청년, 그리고 여성의 '교집합'…정치권에서 '당사자 정치'로 빈 공간 채울 것

김하늬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20.02.01 14:52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내년 총선에 대비한 첫 영입인사로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발표했다. /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민주당에 와서 제일 좋았던 점이요? 절 그냥 '똑같이' 대해주시는 거요"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해 첫날을 가슴 벅차게 기억한다. 새벽 일찍부터 준비해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 참석했다. 4.15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영입인재 1호로 얼굴을 알린 그의 첫 공식일정이었다.

당 지도부, 의원들과 함께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효창공원 김구 선생 묘역도 방문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이던 경남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대통령 묘역 참배까지 ‘모두’ 함께 했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휠체어를 탄 절 보시곤 배려의 뜻에서 일정을 제외시키거나 일을 안 맡기는 상황이 종종 있었는데, 전 그게 더 서운했다”며 “민주당에서 신년행사를 준비하면서 제게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본 뒤 의원님들이 ‘같이 가자. 갈 수 있지 않겠냐”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제가 휠체어를 타고 함께 해야하다보니 민주당 측에서 현충원 참배 코스를 바꾸셨다“며 ”저를 받아들이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 너무 좋잖아요. 민주당도 많이 변화하려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한가지. 여의도 국회는 그를 ’정치에 도전한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교통사고를 당한 비운의 발레리나‘ ’척수장애인 교수‘. 최 교수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은 긴 수식어가 가끔 힘겹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민주당 사람들이 그저 (인재영입) ’1호 님‘으로 편견없이 불러주면 기쁘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제가 병원에서 5년간 재활할 때 별명이 ’엽기토끼‘ 였어요. 토끼 슬리퍼를 신고 휠체어를 몰고 다니며 ’까르르르‘ 웃고 다녔거든요“라며 ”“재활 병원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편인데 20대 여자에가 깔깔거리며 돌아다니면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봤는데 나중엔 애칭으로 ’엽기토끼‘라고 불러줬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도전한 만큼 제가 장애인의 권리와 청년의 기회,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역할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한 이름에 갇히지는 않겠다. 이 모든 점의 교집합을 제 차별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의도에 더 많은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엘리트 정치인이 아니라 저 같은 사람, 아기엄마, 청년들도 정책의 방향을 말해줘야 한다”며 “정치인이 특권층이란 생각을 버리고 국민의 이야기를 모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교수(강동대학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민주당의 ’영입인재 1호‘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저도 제가 첫번째 순서일 줄 몰랐다. 이틀 전에 알게 됐다. 첫날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니  (눈앞이) 하애졌다. 말도 버벅거렸다. 기다리는 순간이 정말 떨렸다.

저는 오랫동안 직업 정치인을 준비해온 사람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재야에서 활동하신 정치인 중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인재로 선택해주신 데는 당에서 미래정치에 대해 고심하고 판단한 깊은 뜻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영입인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정의를 실현하려 노력해왔다. 그걸 바탕으로 미래정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뜻으로 영입해주신 거라 생각한다.

-정치 입문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가족의 우려와 반대에 직면하는 분이 많다고 하던데, 저는 가족들이 할 수 있다고 지지해줬다. 제가 현장에서 해왔던 일들 중 대표직을 맡아 결단력, 추진력 있게 해온 일들을 보고 많이 지지해준 것 같다. 그런 것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 영입인재로 등장하면서 장애인이란 점이 많이 부각됐다.

▶안 써줬으면 하는 단어가 있다. ’장애 극복‘ 같은 것들이다. 개인이 극복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데 아직도 자꾸 (장애를) 극복해서 대단한 사람처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에 깔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다.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다.

- 정치 신인으로서 이뤄내고 싶은 정치적 비전이 있다면.

▶지금 화두가 되는 것은 공정과 평등이다. 그런데 요즘 흔히 말하는 공정과 평등은 사실 많은 부분이 여성, 청년들의 ’기회의 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분명 저 말고도 다른 분들도 힘을 써줄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공정, 평등 개념을 확대시켜 제 특수성을 바탕으로 보고 싶다. 장애인의 직업적 평등과 서비스 평등, 이동권 등에서 ’사실상의 평등‘을 실현시키고 싶다. 당사자만이 깊숙이 들어가서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내년 총선에 대비한 첫 영입인사로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발표했다. /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돼 1호 법안을 발의한다면. 

▶어떤 법안을 1호로 추진할 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을 말하자면 장애인 일자리 관련 문제다. 저와 같은 중도장애인들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사회복귀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인식 개선은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새로운 법안을 만들며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다.

-21대 국회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예전에는 엘리트 정치인의 판단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고 사회가 움직였다. 정치가 사회를 이끌어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시민의 힘으로 구태 정치를 바꾼 세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을 해냈다. 이제 사회가 정치를 이끌어가야 한다. 

엘리트 정치인이 아니라 저 같은 평범한 사람, 아기를 안은 엄마, 삶의 궤적이 길지 않은 청년들도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과 견해를 만들어준다면 그게 사회가 정치를 이끄는 모습일 것이다.

-젊은 초선 의원으로서 한계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저를 비롯해 여러 분이 영입됐다. 저는 그게 힘이라고 본다. 정치는 혼자서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분들과 함께라면 시대의 흐름을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당은 새로운 청년들을 영입해 새로운 정치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 같다. 불출마 선언을 하신 의원님들 역시 새 시대에 정치 새내기가 들어와 경험을 쌓고, 미래 정치를 위한 능력을 더 많이 키울 수 있게 양보해주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저희들이 가진 힘이 있을 것이다. 단계를 점점 밟아가면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