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갈등'에 민주당이 왜 나섰을까?

[the300]정부가 나서기 곤란한 상황에서 이인영 원내대표, 민병두 정무위원장 '투톱'으로 중재

정현수 기자 l 2020.01.28 15:21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풀기 위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오른쪽 두번째)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사진 오른쪽 첫번째)이 기업은행 노조와 만나 해법을 모색했다 /사진제공=이인영 대표 페이스북


한 달 가량 막혔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길이 열렸다. '키플레이어'로 나선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반발하던 기업은행 노동조합을 설득했다. 인사권과 무관한 민주당이 나선 건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27일) 기업은행 신입은행장의 임명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마무리했다"며 "소통과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민주당을 대표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3일 임명된 윤 행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 요직을 거쳤고, 지난해 6월까지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석을 지냈다.

경력만 봤을 때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했다. 노조의 반발 탓에 윤 행장은 정상 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인사권자인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최대주주가 기획재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의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경력면에서 미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부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 전까지 3번 연속으로 내부 출신의 은행장을 배출했다. 내부 출신을 바라던 차에 관료 출신의 '낙하산'이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유감을 표명하기 힘들었다. 인사권자의 유감 표명은 인사권 철회와 다르지 않은 말이다. 정부와 노조 모두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이었다.

결국 여당이 중재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와 민 위원장은 수차례 기업은행 노조와 만났고,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갈등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명분도 있었다. 민주당은 2017년 5월 금융노조와 "낙하산을 근절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임명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 원내대표는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농성을 정리할 수 있다면 자존심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낙하산 인사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사전에 협의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기업은행 노조와 임원 선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에 합의했다. 세부내용은 좀 더 다듬기로 했다.

민 위원장 역시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당이 나선 것"이라며 "외부에서 오는 인사라고 하더라도 동의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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