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1분당 33대 다닌다더니 겨우 6대...세금 '구멍'

[the300][집중분석-2013결산 "내 세금 이렇게 샜다" 5 국토부②]고속도로 건설사업비 3600억원 늘어…올해 26조 육박

지영호 기자 l 2014.07.07 07:12

/사진=뉴스1


#.지난해 완공 예정이었던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는 올해 말로 완공시기가 연기됐다가 또 다시 내년 말로 준공일자가 늦춰졌다. 사업초기 1조6400억원이던 총 사업비는 1조8300억원까지 늘어났다.

#.2012년 기준 장성-담양 고속도로는 하루 4만8000여대가 통행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준공 후 이용차량은 8500대에 그쳤다. 예측대비 이용률은 18%다. 1분당 33대 꼴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6대만 다닌 것이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사업 지연과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의 고속도로 건설에 정부가 투입해야 할 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이 내는 막대한 세금이 새 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재정사업 성과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 건설사업으로 들어간 예산은 25조840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약 3600억원이 늘었다. 올해도 1000억원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증가한 사업비는 2012년 619억원에서 지난해 3317억원으로 5.4배 증가했다. 올해에도 666억원이 추가로 들 예정이다. 공사기간 지연 등 물가변동에 따른 사업비 증가도 계속된다. 지난해 289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 347억원이 늘어난다.

국토교통부가 제2차 도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는 고속도로는 27개다. 총 연장 1633.5km에 투입되는 비용은 자그만치 45조5000억원이다. 이는 국토부 한해 예산인 20조9000억원의 2배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올해부터 고속도로 건설공사비의 매칭비율(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의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췄다. 예컨대 1000억원의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기존 정부와 도로공사의 투입비용이 500억원씩 같았다면, 올해부터는 정부 400억원, 도로공사 5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매칭비율이 낮아지면 지불할 공사비가 시공사에 늦게 지급되고 그에 따라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공기가 연장되면서 설계변경이 불가피해지고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당장 투입되는 예산은 줄었지만 다음 정부의 부담은 커졌다.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도로공사의 채무는 줄어들 줄 모른다. 부채감축계획이 반영된 도로공사 재무전망에 따르면 2012년 부채는 25조3000억원이지만 올해 부채규모는 27조1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17년이면 29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교통수요예측도 문제다. 고속도로 준공 이후 이용률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이후 준공된 11개 고속도로의 평균 통행률은 39%에 그치고 있다. 100대의 차량이 다닐 것으로 예측하고 만든 고속도로에 39대만 다녔다는 의미다.

이용률이 60%를 넘는 곳은 평택-음성 고속도로(78%) 한 곳 뿐이다. 장성-담양(18%), 익산-장수, 목포-광양(각각 22%) 고속도로 등 대부분이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심지어 양평-여주 고속도로는 5%에 그쳤다. 이들 고속도로는 기본설계 당시 편익-비용 비율이 1 이상으로 나타나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와 도로공사의 잘못된 사업예측과 예산 지연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당장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요금 2.5%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요금 인상이 없었고 선진국에 비해 요금이 낮다는 게 인상 이유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2006년 2월 4.9%, 2011년 11월 2.9%를 각각 인상했었다. 결국 국민은 고속도로 건설에 투입되는 세금과 늘어나는 통행요금으로 2중 부담을 지게 된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서 고속도로 노선별 재무성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국고 출자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사기간 연장을 억제하면 연간 130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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