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오는데…"맞춤형 기초생보, 해 넘길 순 없다"

[the300]['맞춤형 기초생보' 운명은⓵]부양의무자 논란 "완화 기준 적용, 실행 뒤 추가 합의 해야"

김세관 기자 l 2014.11.14 05:51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절대빈곤층의 기본적인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 14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맞춤형 급여 체계를 골자로 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 개편)'이 1년 반여의 논의 끝에 해당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의 여야 합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의 기준 중 나인 부양의무자 범위를 두고 당정과 야당의 시각차가 여전히 벌어져 있어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합의 가능한 선에서 법을 시행한뒤 추가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게 수급자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야당도 큰틀서 동의하는 기초생보 맞춤형, 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은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만을 완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소득기준 완화 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은 10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안을 논의했지만 협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최종 협상은 17일 다시 열리는 법안심사소위로 미뤄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 개편은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이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통합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의 개별 기준에 맞게 종류별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All or nothing'이 아니라 생계급여에서는 제외되더라도 주거나 의료, 교육 등의 여타 급여 범위에서는 여전히 기초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이 핵심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 개편은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개선 방향을 발표했고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이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사실상의 당정안이다.

야당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 체계 개편에 대해 큰 틀에서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 여부를 가리는 조건 중 하나인 부양의무자 범위 설정에서 제동이 걸려있다.

정부와 여당은 당초 현재 4인 가족 기준으로 월소득 212만원(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302만원(최저생계비의 185%)까지 완화하는 내용을 들고 나왔다. 그 이상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수급자에서 제외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 4인 가족 기준 404만원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양의무자가 관건, 與 "소득완화"VS野 "폐지 or '+알파'"

부양의무자는 말 그대로 부양의 의무를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적으로는 1촌 이내의 직계 혈족과 배우자가 부양의무자가 될 수 있다.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사위, 며느리), 부모에게 부양의무가 주어진다.

올해까지는 4인 가구 기준으로 212만원의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404만원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사실상 남과 다름없는 자녀나 부모(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들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복지재원의 한계와 사회적 통념상 폐지하지 못하겠다면 소득완화와 함께 △사위·며느리, 노인·장애인을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고 △교육급여 부분 기준 폐지 등의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 급여'에서만 폐지"까지 급물살…17일 복지위 법안소위가 분수령

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부양의무자 제도에 대한 여야의 논의는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404만원(4인 가족 기준)으로 대폭 완화해 10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제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 의원들은 사위·며느리에 대한 부양의무 폐지 주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당정에 전달했다. 노인·장애인 부양의무 폐지 주장도 어느 정도 협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17일 복지위 법안소위의 핵심 쟁점은 생계, 의료, 주거, 교육으로 구분 된 새로운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 체계 중 교육 급여에 있어서의 부양의무 폐지 여부다.

한 발씩 양보하며 거의 접점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지만 교육급여 폐지에 있어서는 여야 모두 아직까지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야당은 교육 급여는 생계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고 당정은 부양의무자 폐지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맞서고 있어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자칫 생활이 어려운 서민 구제 정책이 정치권의리 싸움에 직격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주거 급여의 경우 개정안이 통과될 것을 고려해 정부는 8월~10월까지 3개월간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국회 복지위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고 양보 없는 논의가 거듭되면서 '시범사업'이 말 그대로 '시범'으로 끝나 새롭게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24만 여 가구는 언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분야 전문가는 "궁극적으로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새로운 복지제도 시행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가 우선은 완화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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