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예산, 첫해만 국가·지자체 73억원씩"

[the300]2013년 국회 검토보고서

이상배, 박경담 기자 l 2015.01.27 17:56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될 경우 의무지출 성격의 예산을 매년 편성해야 하므로 재정당국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3년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어린이집에 대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논의될 당시 복지위 전문위원이 제출한 '검토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복지위에 회부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법안은 2건. 그해 2월과 3월 새누리당의 홍지만 의원과 박인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 두 법안 모두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러나 복지위 논의 과정에서 이 조항은 결국 삭제됐다. 보육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CCTV 설치 지원예산 부담 등이 이유였다. 검토보고서도 영향을 미쳤다. 홍 의원과 박 의원의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됐고, 이 내용이 빠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그해 6월20일 복지위를 통과했다. 이어 다음달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복지위에 제출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어린이집에 대한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을 표했다.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를 인용, 0∼5세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의 74%가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음에도 전국 어린이집의 CCTV 설치율은 20%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 3년간 어린이집 내에서의 아동학대 현황을 살펴보면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학대가 증가하는 추세로, 신체학대가 51%를 차지하는 등 CCTV로 확인할 수 있는 학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및 지자체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및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어린이집 1곳당 1기의 CCTV 설치비 가운데 50%를 절반씩(25%씩) 분담해 지원할 경우 국가만 첫해 73억원, 이후 매년 4억원 등 5년간 총 88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국에 어린이집이 2012년 기준으로 4만2527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2334개씩 늘어난다고 가정했다.

2013년 복지위 논의 당시 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당장 의무화하기 보다는 부모의 수요, 보육교사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인권침해 우려 등으로 인해 보육원, 유치원, 학교 등의 CCTV 설치가 일반화돼 있지는 않다.

영국의 경우 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유치원·학교에서 원장·교장의 책임 아래 CCTV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흡연 등 학생들의 비행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것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결국 해당 교사는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1999년 4월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범죄 예방 등을 위해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편 홍콩은 아동 보호 등을 위해 교육·보육시설에 웹카메라 설치·운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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