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조 주무를 김재경, '입법 vs 행정' 예산전쟁 '총대'

[the300][대한민국 국회의원사용설명서]김재경 새누리당 의원

박경담 기자 l 2015.06.25 06:55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지난해 12월 초, 2015년도 예산안을 막바지 심사하는 국회 표정은 예년과 달랐다. 국회선진화법 적용으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이 한 달 가량 앞당겨져 정치권은 초조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여야 협상이 실패해도 정부 예산안은 12월1일에 자동 부의됐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예산안을 둘러싼 대립구도가 '여 대 야'에서 '국회 대 행정부'로 옮겨가고 행정부로 무게 추가 기운 걸 실감했다.

"올해 예산심사는 국회 대 정부 구도로 갈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임기 1년)으로 새로 뽑힌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54·경남 진주을)은 예산심의 주도권이 정부로 넘어가 국회 심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390조원 규모(각 부처 제출안 기준)로 예상되는 2016년도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려면 결산심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산심사 결과를 토대로 부실하다고 지적받은 사업은 새해 예산안에서 삭감하는 등 결산·예산 심사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경제 분야에도 밝다는 평이다. 선입견을 배제한 '디케(그리스 신화속 정의의 여신)의 눈'으로 예산을 재단할 것으로 동료 의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가 초선 의원시절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는 "정치가로 대성하려면 경제를 모르면 안된다."고 그에게 조언했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 등원 후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두루 거쳤다. 2010년엔 '2009년 우리 경제는', '산업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경제 서적을 두 권 내기도 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정보위원장, 윤리위원장에 각각 내정된 김재경·주호영·정수성 의원이 추인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5.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예결위원장]
김 의원은 예결위원장에 선출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여당 몫인 예결위원장을 놓고 사상 첫 경선 직전까지 가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던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는 관행을, 주 의원은 전임 지도부에서 차기 예결위원장을 확답 받았다는 약속을 내세웠다. 

김 의원에게 예결위원장직은 4선 고지를 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자리다. 지역의 현재 권력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껄끄러운 관계 탓에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선 확실하게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필요했다.

조용한 말씨에 온화한 성품의 '가장 판사같은 검사출신' 김의원과, 걸걸한 성격에 목소리 톤이 높은 '가장 검사같은 판사 출신' 주의원의 대결은 김의원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당 분란을 막기 위한 지도부의 거듭된 중재 노력 끝에 예결위원장은 김 의원으로 추대됐고, 주의원은 정보위원장을 맡게 됐다.

[키워드→'윤리']
김 의원은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와 자격을 심사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초선 시절 국회 윤리특위 위원을 시작으로 재선 때는 윤리특위 간사, 3선 때는 윤리특위 위원장을 지냈다. 18대 국회 후반기엔 국회 공직자윤리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검사 출신으로 동료 의원이나 같은 당원을 상대로 불이익을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미온적인 결정이라는 비판과 동료에 대한 엄한 결정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는 마음고생도 심했다.

지난 2011년 당 인권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당에서 꾸린 '도가니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당 진상조사위는 작가 공지영 씨가 쓴 '도가니'가 영화화돼 재조명 받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와 피해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시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김 의원이 과거 진주 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의 피의자 변호를 맡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해당 사건의 피고인과 가족 부탁으로 사건을 맡았는데 무죄추정의 원칙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참작해본다면 수임을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며 "가해자는 징역 4년을 받아 죄에 마땅한 처벌을 받았고 법조인으로서 윤리에 벗어난 변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군대 내 집단 가혹행위로 발생한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 확산되는 병역 거부 움직임에 대해 군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온 틀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 제안은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개병제(의무병역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보수정당에서 군 제도를 뒤엎는 수준의 대안을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연관 검색어→구사일생] 


1994년 12월 말, 김 의원은 죽다 살아났다. 당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재직하던 김 의원은 유괴살인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보고를 지시받았다. 김 의원은 밤 늦게까지 만든 보고 서류 보자기를 챙긴 뒤 집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서울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선 김 의원은 전날 밤 부장검사 말이 떠올랐다. "아침에 피곤할테니 택시 타고 공항으로 와요"

 

하지만 서류 뭉치를 들고 택시를 잡자니 몸이 무거워 김 의원은 자동차 시동을 켰다. 낙동강 하구언을 지날 즈음이었을까. 졸다 깨다를 반복한 김 의원 앞에 덤프트럭이 다가왔다. 찰나에 충돌사고가 났다. 다행히 김 의원은 크게 다친 곳이 없다고 판단, 사고 뒤처리 하러 온 경찰에게 신분을 밝힌 뒤 공항으로 다시 출발했다. 

 

예정된 시간에 공항에서 부장검사와 만난 김 의원은 목과 어깨가 뻐근했지만 대검에 도착해 무사히 보고를 마쳤다. 보고 후 강력과장과 점심 식사 중, 그가 김 의원에게 정보보고가 올라왔다며 교통사고 소식을 물었다. 그제서야 부장검사는 놀라며 김 의원의 안부를 물었다.

 

며칠 후, 사고관할 경찰서의 교통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사고 처리상황을 설명하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검사님, 제가 교통경찰 20년이 넘었는데요. 덤프트럭과 충돌하고 승용차 운전사는 멀쩡한데 덤프트럭 운전사가 입원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정말 천운입니다" 

[연관검색어→정수장학회]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 회원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이 정수장학회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 중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경대 전 의원은 상청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연관검색어→경상대 출신 첫 국회의원]
김 의원은 진주 지역 거점국립대학교인 경상대학교가 배출한 첫 국회의원이다. 진주에서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졸업한 '진짜 토박이' 김 의원은 변호사 업무도 진주를 기반으로 해 지역 정가가 노리는 인물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김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나라당으로 출마를 결심한 그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 진주 지역 선거구가 2개로 쪼개짐에 따라 아버지 친구이자 진주 지역 원로인 하순봉 전 의원과 대결을 피할 수 있을듯 했기에 출마를 결심했다. 하지만 정작 공천을 받은 곳은 하 전 의원 지역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새 바람'이 불면서 그가 공천을 받게 됐다. 그는 총선 승리로 하 전 의원에게 마음의 빚을 갚았다.  

[그의 사람들→이재오, 홍준표]
친이계(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2004년 17대 국회 입성 후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17대부터 19대까지 약 11년 동안 국회에서 동고동락한 몇 안 되는 친이계 동지다.

'개헌전도사' 이 의원이 지난해 개헌특위 안을 제출했을 때도 김 의원은 함께 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헌 취지에는 공감하나 '때가 아니다'라며 13명만 서명에 참여했고 그마저도 7명이 중간에 이름을 뺐다. 이 의원은 예결위원장을 두고 같은 친이계인 김 의원과 주 의원이 갈등을 빚자 중재자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악연이다. 2013년 김 의원 지역구의 '핫 이슈'였던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를 놓고 사이가 틀어진 두 사람은 이후 사사건건 부딪쳤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선 김 의원이 홍 지사와 당 경선에서 맞붙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지지하자 홍 지사는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내가 페이백(pay back·보복)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사람은 남부내륙철도 노선 변경을 두고도 다퉜다. 김 의원과 홍 지사는 각각 대전-진주 노선, 김천-진주 노선을 밀고 있다. 홍 지사는 김 의원에 대해 경상남도 행사에 초청하지 않겠다며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표법안→ 남해안발전특별법]
김 의원이 2006년 대표발의한 남해안발전특별법안은 남해안 연안에 대한 규제를 풀어 관광산업 및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남해안은 개발이 원천 차단된 2개의 해상국립공원 중 86%가 지정돼있어 개발과 토지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법안이 발의되자 당시 난개발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집중개발이 오히려 환경훼손요인을 최소할 수 있다며 법안 통과에 힘을 쏟았다. 이 법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해양 관광지 개발을 위해 동해와 서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이 반영돼 동·서·남해안권발전 특별법안으로 바뀌어 국회를 통과했다.

[요주의!→중량감 보강]

김의원은 3선이지만 통상 3선 의원이 맡는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없다. 19대 후반기 국회 개원 당시 정무위원장을 뽑는 경선에 나갔지만 고배를 마셨다. 본인을 내세우거나 튀는 의정활동과도 거리를 둔 탓에 정치경력에 비해 전국적 지명도가 낮다.  4선을 바라보는 대형 정치인에 걸맞는 중량감을 갖추기 위해서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의 정치력과 균형감각이 필수라는 평가다.

[프로필]
△경남 진주(1961년 생) △진주고 △경상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19기)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7~19대 국회의원 △17대 국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19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19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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