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결론 못낸 '바둑 기보' 저작권 인정, 결론은 언제쯤?

[the300]17대 김기춘·19대 설훈, 법 개정 추진…"사상 담긴 저작물" vs "우연적 산물"

박광범 기자 l 2015.08.03 16:05

한국 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 조훈현(왼쪽) 9단과 조치훈 9단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한국 현대바둑 70주년 기념대국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대국자의 사상과 감정이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에 해당하고, 프로기사의 기보(棋譜)는 가치 있는 저작물로서 많은 대중이 연구하고 감상하는 저작물이다."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과 조훈현 9단의 '고수의 생각법' 출간 등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바둑 기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할 것이냐를 둘러싼 국회 논의가 8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4월 기보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인 교문위에 회부된 상태다.

기보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려는 시도는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있었다. 당시 3선 국회의원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07년 3월 같은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렇다 할 논의조차 없이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됐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해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저작물의 예시 조항에 '바둑 기보'를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의 바둑 프로그램 및 인터넷 등에서 기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야한단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보 이용에 관한 저작권이 확보되지 않아 저작자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바둑기사의 기풍이나 철학이 나타나 있다는 점에서 기보가 한 개인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이라고 주장한다. 기보마다 저작자의 고유한 개성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설훈 의원은 "바둑 기보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임을 분명히 해 프로기사 등의 바둑 기보에 관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법안발의 배경을 밝혔다.


반면 기보의 저작물성을 부정하는 입장도 있다. 우선 바둑알의 위치선정은 각 기사들의 생각이 반영돼있기는 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략적인 것으로 상대방에 따라 그 표현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우연적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또 프로 바둑기사들의 경우 승리를 위해 경기를 한 것이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창작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기보의 저작물성을 인정할 경우 장기와 체스, 마작 등에 대해서도 저작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문위 관계자는 "기보를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유사 입법례가 없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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