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법무부 추진 '외국인 사회통합기금'…낯설어 보이는 이유

[the300]의원들 '외국인' 개념부터 혼동

유동주 기자 l 2015.11.17 20:59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전국다문화가족 네트워크대회에서 다문화가족 어린이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여성가족부는 다문화정책 추진 10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되짚고 앞으로의 10년을 그려보기 위해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 2015.9.10/사진=뉴스1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이라는 다소 낯선 안건이 논의됐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재한국 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에 포함된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설치안은 의원입법 형식으로 테이블에 올라 왔지만 사실상 법무부 추진 법안이다.

그런데 이날 소위에 관계 부처 의견 개진을 위해 참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 기금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주된 요지는 '외국인 정책'에 대해 아직 체계가 없고 부처간 중복 운영하고 있는 부분도 많은데 관계 부처가 모여서 일관된 정책을 하기 전까지는 1000억원이 넘는 기금조성은 시기상조고 낭비요소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통해 법무부가 외국인 정책을 총괄한다는 내용도 부처 성격상 설득력이 없어 보여 소위 위원들도 선뜻 찬성 의견을 내지 않았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665억원, 고용노동부가 270억원의 예산을 '외국인 관련' 사회통합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여가부가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여가부는 주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대상자의 90%가 이미 한국 국적이고 고용부도 외국인 고용관리에 쓰는 돈이므로 사실상 고용주인 한국인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며 법무부의 외국인 관련 사업은 국적상 '진짜 외국인'에게만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히려 법무부의 이러한 설명은 법사위의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용도에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에 대한 사회통합 지원 추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법무부는 기금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여가부·고용부 유사 예산과 달리 국적상 '진짜 외국인'에게만 기금이 지원된다고 강조하고 싶었으나 이는 패착이었다. 오히려 소위 위원들은 물론이고 법사위 전문위원도 법무부 추진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의 지원 대상 '외국인'에 한국 국적자더라도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던 법무부는 '모순'에 빠졌다. '외국인', '결혼이민자 및 그 자녀', '다문화가정' 등에 대해 통일된 개념없이 소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기재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 등이 서로 각자가 생각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갖고 심사를 하다보니 발생한 일이다.

법무부는 "사업명칭에 '외국인'이 들어 있다고 다 '외국인 지원정책'이 아니다"라며 재차 타 부처의 '사실상 내국인 지원 사업'과의 차별성을 설명하려 했으나 이미 소위 위원들에게는 설득력을 잃은 논리였다. 

게다가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를 맡는 기관으로 평소 불법체류자 등에 대한 업무가 주를 이루는 곳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만들어 총괄 운용하겠다는 법무부 설명은 더 낯설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선 서기호 정의당 의원, 서영교·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서기호 의원은 "출입국 관리 문제도 아니고 사회통합기금을 왜 법무부에서 해야 하냐"며 "외국인 관련 법질서 유지가 법무부 주업무인데 (기금 조성 및 총괄은 성격에)안 맞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도 "외국인이 10만명 미만이면 한 군데서 하면 되지만 출입국이나 체류 불법성은 법무부서 다뤄야겠지만 법무부 한 군데서 (기금 조성 등)모든 걸 하려고 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은 175만명을 넘어섰다)

안산이 지역구로 다문화가정 사정을 잘 아는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설명처럼 법무부가 참여정부시절 만들어진 '외국인 정책본부'를 2007년부터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로 통합하면서 사실상 '외국인 정책본부'기능이 축소돼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도 이날 법무부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날 소위 위원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등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기금조성을 하고 법무부가 주도한다는 계획에 대해 선뜻 이해가 안 갈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 개념과 다문화가정과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의원 각자 생각이 다를 정도로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한 다문화 정책 추진이 10여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과 이들에 대한 사회통합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소위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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