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빈소 지키는 차기 주자들…'후계자' 조문정치

[the300]선거 앞두고 PK지역 영향력↑·박근혜정부 차별화 포석

김태은 기자 l 2015.11.24 16:27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왼쪽부터)와 김덕룡 전 의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서울 연견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2015.1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상주 노릇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의 조문 정치가 의미심장하다. 여야 불문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전 상임고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일인 22일부터 매일 유족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사실상 상주 노릇을 자처하는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뿐 아니라 야당 정치권 조문객들까지 직접 맞이하고 배웅하며 상주 역할을 살뜰히 해내고 있다. 조문 첫날 오열하며 "나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선언한 후 이를 증명하는 모습이다. '상도동계' 막내로 정치권에 입문하고 문민정부에서 내무부차관을 지내는 등 김 대표의 정치 인생에서 김 전 대통령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김대표의 정성은 단순히 과거 인연에서만이 아니라 김 대표의 정치 행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김 전 대통령의 지역적 기반인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정치적 위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고 나아가 대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PK지역의 향수는 무시못할 변수로 꼽힌다.

부산 지역에서는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이 업적이나 인간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충분히 박수받을 분에게 정치권에서 돌팔매질이 난무할 때 왜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의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 같은 지역 민심을 대변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이뤄낸 민주화와 개혁 업적을 부각시키며 차기 주자로서 박근혜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과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려한다는 해석이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조문을 마치고 떠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1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강진 토굴에 은거하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치 행보다운 행보를 처음으로 재개했다. 본인의 부인에도 야권의 차기 주자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그가 장례기간 동안 매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정치적 인연을 되새기는 것에는 개인적인 추모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연을 소개하며 "제가 국회의원에 나올 때 구호가 '대통령이 불렀다, 개혁 위해 나섰다'였다. 개혁의 한 힘을 보태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정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손 전 고문을 다시 불러 개혁을 화두로 정계 복귀에 나서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표나 손 전 고문처럼 김 전 대통령 정치권에서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지연과 학연을 고리로 김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고 있다. 문대표로서도 PK지역에서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문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 등 박근혜정부의 '민주성' 문제를 김전대통령과 연결지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 아들'을 자임한 김 대표를 겨냥해 "유산만 받으려 하는 아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김 전 대통령 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부산권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우호적인 발언이 단순한 조문 수준 이상인 것 같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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