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안박' 거절 하루만에 광주에서 '혁신전대' 여론몰이

[the300] 지역 인사들 탈당 촉구하기도…혁신전대 방법으로 전당원투표 제시(종합)

광주=최경민 기자 l 2015.12.01 00:30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30일 오후 광주 북구 하서로 태양운수 사무실을 방문해 지역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광주 혁신토론회에 참석했다. 2015.11.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인 입으로 얘기할 때는 적어도 자기 이름을 제일 뒤에 넣어야 하지 않아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은 30일 광주광역시의 한 주점에서 청년 사업가들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안 의원은 '농담'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문재인 대표가 가장 앞에 거론되는 '문안박'에 대한 '뼈있는 농담'임에 확실했다.

안 의원이 광주에서 하루 종일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민심을 확인한 이후 말한 내용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혁신 토론회, 택시 기사들과의 만남, 청년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등을 차례로 가졌다. 안 의원도 "보고받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호남 사람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호남지역 인사들이 '호남 홀대론', '문재인 지도부 퇴진' 등을 언급할 때마다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질 정도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역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발제를 맡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1야당 내의 패권적 행태를 무너뜨려야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에서 신당 지지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혁신 토론회 이후 마련된 광주 지역 택시운전사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기류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한 택시운전사는 "안 의원이 탈당을 하고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합당하면 국회의원 60명은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추진국민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무진 스님은 "모든 당권을 문재인 대표가 쥐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이길 수 없다"며 안 의원에게 "과감하게 뛰쳐나오라"고 탈당을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안 의원은 자신이 전날 '문안박'을 거절하며 문 대표에게 역제안했던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난국을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탈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혁신전당대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고, 천정배 신당 합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혁신의 결과로 단합이 되면 2단계로 당 외부에 있는 신당들도 대의가 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자세만 보였다.

안 의원은 광주 지역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혁신전당대회와 관련해 "이번 주 내에 (문 대표의 답변이) 나와야 한다"고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중앙지 기자들과 만나서는 "문 대표도 다른 방법이 없다"며 "고민한 후 (혁신전당대회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표를 압박했다.  

혁신 토론회에서도 "야당 정치의 전면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며 혁신전당대회에 힘을 실어줄 것을 광주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호남 지역 인사들은 안 의원이 "혁신전당대회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화답했다.

이날 마지막 스케줄이었던 청년 CEO 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전당원투표"라며 혁신전당대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전당원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묻는 방향으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해야 총선을 앞두고 당의 단합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는 "벤처기업가로 살아남은 사람 중 유한 사람은 없다. 제가 200개 회사 중에서 190개 망하고 살아남은 10개 회사 중 하나를 운영했다"며 "인사평가도 굉장히 오래했기 때문에 (선출직공직자평가 등에 관련해) 어떤 제도가 합리적인지 잘 안다"고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혁신안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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