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4·13] 서초갑 '친박 vs 비박', 을 '친박 vs 친이'…예선 혈투

[the300]

이현수 기자 l 2015.12.16 05:46

서울 서초구는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계파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구다. 

이 지역 기 출마자와 출마예상자를 토대로 본 제1의 관전포인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멘티'를 자처하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제는 '멀박(멀어진 친박)'이 된 이혜훈 전 의원이 서초갑에서 공천 승부를 벌인다.

제2의 관전포인트는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초을 대리전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 강석훈 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입'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맞붙는다. 
 
이른바 '강남벨트'로 묶인 이 지역에서, 여당의 공천은 당선 보증수표로 통하는만큼 본선보다 예선 경쟁이 훨씬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서초갑, 박근혜vs유승민

 



서초갑은 현 김회선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지역이다.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야 지역구민들은 비로소 김 의원의 존재감을 알았을 정도. 더러는 이혜훈 전 의원을 여전히 지역 국회의원으로 알고 있고, 더러는 옆 동네 서초을 강석훈 의원을 떠올리는 상황이다.

이 전 의원은 원박(원조친박)에서 '멀박'이 된 경우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18대 국회 독보적인 경제통으로 활약했다. 지난 대선에선 특히 '경제민주화' 전문가로 불렸는데,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 카드를 접은 것이 멀박의 계기가 됐다. 


올 초 박 대통령이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며 강조한 부동산3법에 대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 아니다"고 이의원이 정면 반박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난 7월 국회법 개정안 사태 때는 "유승민 의원의 거취는 의총 결과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며 유 의원의 편에 섰다.

이 전 의원의 지역 내 인지도는 상당하다. 17대·18대 국회 서초갑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을 샅샅이 다진 결과다. 목소리와 풍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강렬해 초중고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요샛말로는 '걸크러쉬(Girl Crush)'다. 그는 힘세고 자신감 넘치는 아줌마 이미지로 지역구민에게 어필했다.

이에 맞서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멘토로 여기는 친박 대표 주자다. 변호사, 씨티은행 부행장, 새누리당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 18대 국회의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엄친딸'이다.

조 전 정무수석의 스타일은 일반적인 아줌마와는 거리가 있다. 다소 새침한 인상이라는 게 지역구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지역에서 성장했다는 게 강력한 무기다. 실제 그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됐을 당시 모교인 세화여고 대로변 외벽에는 큰 현수막이 걸려 동네의 화제가 됐다. 

조 전 정무수석은 최근 들어 '서초의 딸 조윤선'이라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서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39년 전 가을입니다. 제게 '고향 서초'는 길거리의 신호등, 놀이터, 전신주 하나까지도 애틋합니다…." 그런데 40년을 지역에서 살았다는 말보다 서초구민들의 마음을 후려친 대목은 따로 있었다고. "…서초는 품격과 명예를 중시하는 곳입니다." 

이 피 튀는 공천 전쟁에 김무성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뛰어들었다. 그는 당초 선친의 지역구였던 경남 남해에 출마하려다 최근 서초갑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대표는 "경선을 해서 경쟁력있는 사람이 뽑히는 것이니 알아서 하라"고 선을 그었다는 후문이다.

최 고문은 "서초갑은 현역의원 프레임과 역선택의 문제가 해소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이라며 정당 민주주의 개혁을 강조했다. 김 대표의 처남으로 자신이 부각되는데 대해선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사기업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21 사장이 도전장을 낸다. 서초갑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인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사돈 지간이다. 윤 전 사장은 87년 평민당 대통령선거본부 홍보팀장과 92년 민주당 대통령선거본부 미디어대책실장을 거쳐 97년 대선에서메시지총괄팀장을 맡았다.

 


 

[지역현안]
서초갑의 가장 큰 현안은 노후아파트 재건축이다. 현재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관심을 모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은 2017년까지 3년 연장됐다. 재건축으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 환경문제도 지역구민들이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다.

잠원동 내 고등학교 유치사업도 주목 대상이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잠원동 교육환경 해소를 위해 2007년부터 사업이 추진됐지만, 서울시와 입장이 엇갈려 공전중이다. 최근엔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고가 잠원동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구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초을, 박근혜vs이명박

 



서초을에선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 열린다. 강석훈 현 의원 대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의 승부다.

강 의원의 인지도는 서초갑 지역구민조차 자신의 지역 국회의원으로 알고있을 정도로 높다. 초선임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간사를 맡으면서 '경제통' 이미지를 굳혔다. 그는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7년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를 하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경제통 이미지에 더해진 것은 현역 프리미엄이다. 강 의원은 이번 예산국회에서 서초을에 258억원의 예산을 끌어왔다. 양재·우면 연구개발(R&D) 지구 토지이용계획에 용역 수립비 3억원을 밀어넣은 것도 강 의원이다. 다소 차가운 인상은 단점이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은 당초 서초구갑에서 을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결혼 이후 28년간 서초을에서 계속 살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기자 출신으로 이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발간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따라 'MB맨' 꼬리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서초을에서는 강 의원과 이 총장 외에도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 정옥임 전 국회의원,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이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박 전 구청장은 9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선 김무성 캠프 조직본부장으로 활약했으며, 현재도 대표실 부실장직을 맡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서초을 지역위원장인 김기영 변호사가 뛰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대표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군법무관 출신이다. 


[지역현안]
서초을 지역구민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사업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부의 현대화사업 방침에 따라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될 계획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를 뒤늦게 확보해 발굴조사가 불가피해졌다"며 사업 차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10년간 방치된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 매각 재개도 관심거리다. 부지 개발 계획이 기존 물류 및 상업시설에서 연구개발(R&D) 단지로 변경될 예정이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선 부지 매각 성사 여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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