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발목잡은 테러방지법, '공'은 다시 국회로

[the300]북한인권법, 민생법안 처리 후 테러방지법 재협상 이뤄질 듯

박용규 기자 l 2016.02.26 13:45
여야 대표가 선거구 획정기준에 서명한 뒤 합의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보낸 23일 서울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박영수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6.2.23/뉴스1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4월 총선 선거구 획정안 최종합의를 또 연기했다. 국회가 요청했던 제출기한(지난 25일)을 넘긴 후 26일에 회의 중단을 발표하고 내일(27일)로 회의가 미뤄졌다.

국회에서 지난 23일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이 4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테러방지법 해결 없이는 선거구 획정도 무한정 미뤄질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획정위, 선거구 획정안 마련 중단...27일 재개
이날 오전 사흘째 전체회의를 이어 오면서 선거구 획정작업을 진행했던 선거구 획정위는 "계속되는 회의 진행으로 획정위원들의 피로누적 등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어렵다"며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27일 14시에 다시 개의하기로 했다"며 산회했다.

회의 종료 후 박영수 획정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준이 넘어온 시간이 촉박해 사흘은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며 "현재 위원들 간 원만하게 협의되는 부분은 거의 다 끝냈고 현재 (쟁점 지역은) 전국적으로 10곳 미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선거구 획정위가 운영돼 왔었지만 실제 획정위에서 세부적인 획정안을 논의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작년 8월 국회가 처음 획정기준을 제시했을 때에는 지역구 의석수조차 정하지 않은채 획정위에 모든 것을 일임했었다.

그러나 획정위는 지역구 의석수를 몇석으로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채 작년 11월 13일 획정작업 중단을 선언했었다. 이후 연말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획정위가 다시 논의를 재개한 것은 1월 1일을 기점으로 정의화 의장이 직권으로 획정기준을 제출하면서다. 정 의장은 현행 지역구 의석수인 246석을 기준으로 획정작업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시도별 의석수 증감을 놓고 사실상 여야 입장을 대변하는 획정위원간 이견의 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월 8일 김대년 전 획정위원장이 사퇴했다.

이후 획정위는 지난 23일 정의화 의장과 여야대표가 합의한 지역구 253석과 14만~28만명을 선거구간 인구 편차로 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기준으로 세부작업에 시작했지만 구체적인 '선긋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지 부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잖았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2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격려 발언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6.2.26/뉴스1


◇필리버스터 정국 '선거구' 발목…북한인권법·민생법안 처리로 해법 모색 
이런 상황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23일 정의화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야당이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국정원 강화법, 국민감시법이라며 사흘째 본회의장에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이런 야당의 '무제한 토론'에 대해 안보를 볼모로 선거운동을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의 돌파구가 마련됐던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여야간 테러방지법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 획정위의 획정안 마련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획정위에서 획정안이 마련되서 국회로 넘어오면 무제한 토론 중인 야당으로서는 토론을 멈추고 선거법을 의결해야하는 궁지에 몰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쪽 획정위원들이 획정안에 대한 최종합의를 의도적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에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획정위원들이 일방적인 황당한 안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야당 지도부와 혹여 의도적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늦추려고 하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간 테러방지법의 필리버스터 정국의 해법찾기의 가능성도 나온다. 여야가 이날 오후에 외교통일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과 민생법안이 법사위에서 의결된후 테러방지법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지고 협상 진전에 따라 선거구 획정안도 마련돼 29일 일괄처리 되는 시나리오가 예상 가능한 것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재협상을 위해 야당에게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북한인권법과 정무위원회와 복지위원회에서 넘어온 민생법안의 법사위 처리가 이뤄지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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