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제정안 국회 통과…野 수정안은 부결

[the300]9일간 무제한토론 무위로…국정원, '테러위험인물' 개인정보수집·추적·조사·감청

박소연 기자 l 2016.03.02 22:38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된 제34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 중 정의화 국회의장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를 말리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뉴스1


지난 9일간 총 192시간 26분간의 기록적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이끌어낸 테러방지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의 수정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졌지만 부결됐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이날 통과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이 일부 수정한 법안이다. 법안은 국가 대테러활동 수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목적을 띠고 있으나 야당은 '국정원 강화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해왔다.


이날 저녁 더불어민주당은 이종걸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국정원장 감청 요건 강화 △테러행위에 대한 예방 및 대응활동에 대해서만 법 적용 △국회에서 추천한 인권보호관 신설 등 독소조항을 제거한 야당 안을 제출했으나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263석에 찬성 107표, 반대 156표로 부결됐다.

    

여당의 법안은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테러활동 관련 실무 임무를 수행하는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가정보원장이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정지 요청을 할 수 있고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부칙'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과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토록 해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금융정보를 영장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대테러활동에 필요 시 감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법안은 또 국정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민감정보'를 포함해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업체에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게 했다. 야당은 국정원에 정보수집권뿐 아니라 추적권, 조사권을 주는 것은 지나치게 국정원장에 권한을 몰아주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또 법안이 '테러위험 인물'에 대해 "테러단체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하였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모호하게 규정해 사실상 무차별 감청 및 추적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주호영 의원은 '테러위험인물'이 아닌 자에 대해 조사나 추적을 할 경우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테러 조사나 테러위험인물 추적시 국무총리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하도록 법안을 일부 수정했다. 


법안은 이 밖에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단체에 가입하는 등 테러관련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관계기관의 장은 테러를 선전·선동하는 글이나 그림 등이나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폭발물 등이 유포될 경우 긴급 삭제 등을 요청하고, 외국인 테러 전투원으로 출국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내·외국인에 대해 일시 출국금지를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테러대책위원회에 인권보호관 1명을 두고 관련 공무원이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테러방지법 제정안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발생 이후 정부안으로 국회에 최초로 발의됐으나 국정원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해 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15년간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을 계기로 '쟁점법안'으로 거론되며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2월2일 새벽 여야 원내지도부는 2016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테러방지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당시 정보위 법안소위 소속 문병호 의원은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감독권을 강화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며 맞섰다. 정의화 의장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 테러방지법의 정기국회 내 처리가 불발됐다.

 

이후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미미하던 테러방지법은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법안으로 언급되며 논의가 재개됐다. 

 

이에 더민주는 같은 달 22일 이종걸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국제공공위해단체 및 위해단체 행위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야당 안으로 제출했다. 법안은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 공공위해 방지 위원회를 설립하고 국민안전처 장관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는 이튿날인 23일 테러방지법 타결을 시도, 테러대응 컨트롤센터를 국무총리실에 두는 데 합의했으나 '정보수집권' 등 국정원 역할과 권한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이철우 정보위 여당 간사는 지난달 22일 테러방지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두되 국정원에는 실질적인 통신정보와 금융정보 수집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절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철우 의원의 법안을 직권상정하면서 이 법안의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독소조항을 수정하자는 야당의 9일간 설득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은 결국 새누리당의 안대로 제정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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