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박계 대거 컷오프… 인위적 물갈이 역풍 부나

[the300]이재오 진영 조해진 이종훈 의원 등 공천 탈락…유승민만 보류

진상현 배소진 심재현 기자 l 2016.03.15 21:22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7차 경선 및 우선·단수추천 지역 심사 결과발표를 하고 있다.2016.3.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5일 유승민 의원만 유보한 채 친박(친 박근혜)계와 대립했던 (비 박근혜)계 의원들을 대부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사실상 상향식 공천 틀을 깨고 인위적인 물갈이를 강행하면서 여당 내부는 물론 총선 정국 전반에 적지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친박 공관위 장악…당 주도권 확보 승부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7차 경선 14곳, 단수 9곳, 우선추천 3곳 등 총 26곳에 대한 추가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친박계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비박계 인사들이 대거 탈락했다. 비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과 진영 의원, 일명 ‘유승민계’로 묶이는 조해진 의원, 이종훈 의원, 류성걸 의원 등이 모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친이계로 원내 복귀에 나섰던 임태희 전 의원도 컷오프 됐다. 인천 중동강화옹진군 현역인 안상수 의원도 경선에서 배제됐다. ‘취중 욕설’ 파문을 일으켰던 친박 핵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결국 공천에서 배제됐다. 
  공관위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비박계 컷오프에 나선 데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강력한 교체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유 원내대표와의 충돌 과정에서 ‘배신의 정치’까지 거론한 이후 여당 텃밭인 대구 등의 현역 교체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역설해왔다. 임기 2년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정 운영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땅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한 친박계 입장에서도 총선 이후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때를 대비해 최대한 세를 모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유승민은 보류...역풍 우려한 듯=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미 공천 갈등으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친박계가 공천을 통해 ‘정적’을 쳐내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김무성 대표 취임 이후 줄곧 ‘상향식 공천’을 추진해왔고, 최고위와 당 전국위원회 추인을 거쳐 당론을 확정한 상태였다. 상향식 공천은 특정 권력자가 아닌 국민들이 후보자를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서 ‘보복 공천’ ‘표적 공천’을 없애자는 취지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컷오프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위원장 등 친박계는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과 단독추천 조항을 활용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향식 공천의 취지와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당 정체성이라는 것이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당 차원에서 정한 룰을 소수가 힘으로 밀어부쳐 뒤집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 악화로 총선에서 여당이 부진할 경우에는 패배의 책임도 친박계와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여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 의원 등이 낙마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구에서 살아오거나 원외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경우 친박계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유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를 마지막까지 유보한 것도 이런 파장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공관위의 현역 물갈이는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상처가 될 전망이다. 이날 공천에서 살아남은 인사는 비박계 김학용, 김성태 의원 등 김 대표의 최측근들 정도다. 여권 관계자는 “공관위의 컷오프로 상향식 공천을 제대로 실현했다고 보기도 힘들고, 경선이 이뤄진 지역에서는 현역들이 대부분 승리해 상향식 공천의 단점이 부각됐다”면서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김 대표로서는 여러가지로 면이 서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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