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수문장' 김기식 공천 탈락…피감기관 환호?

[the300] 정무위 '저승사자' 역할 톡톡히 해…총선 직후 4월 임시국회 '주목'

배소진 기자 l 2016.03.22 11:54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서울 강북갑 지역구에서 천준호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과 경선을 벌인 결과 신인가산점 10%를 부여받은 천 전 실장이 최종득표율 56.76%으로 김 의원(48.40%)을 꺾었다.

김 의원의 공천 탈락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주요 상임위로 꼽히는 정무위에서 간사를 맡는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정책 전문성으로 무장한 김 의원의 존재감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독보적이었다.(참고기사☞[국회의원사용설명서] "김기식만 없으면"…시민운동으로 다진 정책파워 '일당백')

야당 간사의 힘이 강력한만큼 정부여당에는 '눈엣가시'였던 것도 사실이다. 주요법안들이 도무지 상임위 문턱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무위에서 여당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자 새누리당에서는 20대 총선에 비례대표를 신청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김 의원의 대항마로 내심 낙점해뒀던 상태였지만 결국 대결은 무산됐다.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필요한 은행법 개정안의 경우 '은산분리' 원칙 훼손을 이유로 김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있다. 증권거래소의 지주회사화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의 경우 여당은 본사를 부산에 둔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싶어 하지만 역시 김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업계에 '아픈' 법안들은 속속 정무위를 통과했다. 김 의원이 대표발의해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부업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대부업법을 비롯해 '남양유업법'(대리점거래 공정화법), '김영란법' 등 굵직한 법안 통과 최전선에 선 것도 김 의원이다.

정무위 피감기관에도 김기식은 두려움의 상징이었다. 국정감사에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버티고 각종 청문회에서도 '저격수'로 활약하는 등 대관 담당자들을 살떨리게 만들었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공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대관 담당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김 의원의 거취를 파악해왔다. 정부부처에서도 김 의원의 낙천 소식에 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말하면 정무위에서 김 의원이 보여준 능력이 그만큼 탁월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 정무위 소관 기업 담당자는 "솔직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상대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으로 봤을 땐 정말 속이 쓰릴 법 하다"고 말했다.  

여야는 총선이 끝나는 즉시 4월 임시국회를 열어 19대 국회 묵은 법안들을 다 떨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무위에 남은 쟁점 법안들을 놓고 김 의원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편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공천 결과는 여야 희비가 엇갈린다.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청주상당에서,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 각각 단수공천 받았다. 이밖에 김정훈, 최경환, 유의동, 오신환, 김상민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김을동, 신동우, 이재영 의원이 경선을 통해 공천을 확정지었다.

새누리당 소속 정무위원 중에서는 박대동 의원이 '비서관 월급상납' 의혹으로 컷오프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김태환 의원은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또 이운룡 의원이 경기 고양시병에서 경선탈락했다.

야당 의원들의 성적은 우울하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병석, 민병두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이학영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한 게 전부다. 김영환 의원은 더민주를 탈당한 뒤 국민의당 소속으로 총선에 나선다. 강기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이 되며 공천에서 배제됐고 신학용 의원은 20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신 의원은 뇌물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준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또 세월호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휘말렸던 김현 의원도 컷오프 대상이 됐다. 이상직, 김기준 의원도 각각 경선에서 패하며 20대 총선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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