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소비자집단소송, 국민의당도 팔 걷었다

[the300]안철수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액수 높여야"…채이배 "현행수준이 안정적"

배소진 기자 l 2016.06.15 18:00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논란이 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을 계기로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입법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미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어 두 야당의 입법 대결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과 국민의당 정책위원회는 1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의 쟁점과 도입방향'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0대 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소비자집단소송법이 '핫 이슈'로 떠오른 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관련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국회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관련 국회 청문회 개최를 논의하는 등 어느 때보다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소비자집단소송을 도입할 경우 기업에서 우려하는 '재판 남용' 및 '과잉집행'에 대한 의견제시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징벌적(처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중대할 경우 실제 입증된 손해액과 관계없이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로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하도급법, 기간제법, 신용정보법 등 특정 개별법에 국한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실질은 형법이지만 외형은 민법이므로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부과되는 것"이라며 "형법과 민법이 엄격히 분리돼 있는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보면 이상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신 실장은 "미국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징벌을 당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위헌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국민을 징벌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가해자의 위법성에 대한 '엄격한 입증'을 해야하는데 반해 민사소송절차를 거치는 징벌적 손해배상에서는 가해자의 위법성이 의심되는 '우세한 증거'만 제출해도 징벌이 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가 도입한 하도급법상 납품단가 부당감액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상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하나의 부당행위에 징벌적 성격을 가지는 민사, 행정 형사적 제재수단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낭규 법무법인 이정 변호사는 "불특정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소비자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대기업의 가격담합 등 공동행위와 다수 국민의 피해를 유발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공정거래법과 제조물책임법,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 등에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제조물책임법의 경우 입증책임의 전환규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이혁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현행법상 형사재판에만 도입되어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제조물책임·의료·금융 등 특정 소비자피해사건에 한해서는 민사재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금은 작은 범위에서 3배 손해배상제도만 있는데 범위를 확대하고 액수를 높여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확대에 적극 찬성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은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으로, 손해배상의 수준을 실제손해액의 12배 이내로 규정했다. 안 대표의 이날 발언 역시 손해배상의 수준을 현행 '3배 이내' 수준보다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채이배 의원은 "정책위원회와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과거 법안 심사 결과 등을 비춰봤을 때 3배 이내 손해배상이 안정적 수준"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 국회에서 하도급법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할 당시 소관 상임위에서 10배 이내 손해배상으로 통과했던 것이 법사위를 거치며 3배 수준으로 조정됐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및 법무부 등에서 제기할 수 있는 우려를 최소화해 실효성을 높이고 국회 통과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비자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쟁점과 방향'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김성식 정책위의장, 박지원 원내대표, 채이배 의원,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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