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모님 잃었다"…朴대통령, '사드 수용' 감성 호소

[the300] "지역 의원·단체장 만날 것" 소통행보 약속…우병우 수석 관련 언급 안해

이상배 기자 l 2016.08.02 17:03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저는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 이제 저에게 남은 유일한 소명은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스스로 들춰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중단해 달라는 감성적 호소다.

◇"사드, 바뀔 수 없는 문제"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영상 국무회의에서 "사드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바뀔 수도 없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고심과 철저한 검토를 걸쳐서 내린 결단"이라며 "만약 사드 배치로 지역주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었다면 저는 결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편 사드 문제를 놓고 '흑색선전'을 펴는 세력에 대해선 강공으로 대응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총리와 장관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자들이 지역을 찾아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려고 노력했고, 성주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그런데도 명백하게 입증된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각종 괴담과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안보의 근간마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지역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사드 배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현안들에 대해 민심을 청취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직접 만날 것"이라며 소통 행보를 약속했다.

◇건재한 우병우 수석, 국무회의 배석

국회에 대해선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의 충격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근로자들과 타 들어가는 지역경제의 고통을 내 몸과 내 일 같이 여겨 추경안을 다른 것과 연계해 붙잡고 있지 말고 국회가 추경안 처리에 속도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추경안이 통과되면 6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추경안 처리가 늦어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실직 위험에 직면한 근로자들의 불안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름 휴가와 관련해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급적 국내 여행 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주 많은 분들이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하는데, 아직 적당한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국민들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 피서와 피로도 풀면서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국무위원들과 공직자들도 아름다운 우리 금수강산을 찾아주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생각해 더욱 심기일전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휴가 중이던 지난달 28일 우 수석의 인사검증을 거친 이철성 경찰청 차장을 강신명 경찰청장 후임에 내정하며 우 수석에 대한 신뢰를 거듭 확인했다. 현재 청와대에서 정상근무 중인 우 수석은 이날도 평소대로 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배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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