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석탑, '동전'으로 수평 맞춰…어이없는 국보 관리

[the300]동국대 '보협인석탑' 부실 관리…서울대 '승정원일기'도 방치

지영호 기자 l 2016.09.29 10:24
동국대 박물관에 있는 국보 209호 보협인석탑(왼쪽)과 동전을 수평재로 사용한 부분(오른쪽)/사진자료=유은혜 의원실


마모돼 기울어진 국보급 문화재가 동전을 끼워넣어 수평을 맞추는 방식으로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국대학교 박물관 전시실 1층에 전시 중인 국보 제 209호 '보협인석탑'은 동전으로 석층 수평을 맞추어 놓은 상태다. 석탑의 소유자는 동국대, 위탁관리는 동국대 박물관이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이 '대학박물관 내 국가지정 동산문화재(국보·보물) 정기조사서'를 분석한 결과 전국 21개의 대학박물관에 보관된 92건의 국가지정문화재 중 25개의 문화재가 '보존 처리 및 보존 시설의 개선' 등 추가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기조사서와 자문회의에서 보협인석탑은 지진 등이 발생할 경우 붕괴가 우려되는 것으로 조사돼, 보존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보고됐다. 문화재청은 구조적 안정이 필요한 수평재 균형 문제를 동국대박물관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권고했다.

문제는 조사서상 부실이 지적돼 시급한 보수가 필요함에도 실제 보수가 진행되기까지 장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협인석탑은 2015년 4월 조사에서 부실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지난 27일까지 그대로 방치돼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관리 중인 국보 303호 승정원일기는 2015년 5월 조사에서 전체 3243권 중 217권의 수리·복원이 필요하다고 지적됐으나 내년에야 국고보조사업에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2년여 가까이 방치되는 이유는 국고보조사업 심의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위험도가 큰 문화재라 하더라도 신속한 시행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유은혜 의원은 "아픈 환자를 2년간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문화재청 정기조사에서 보수가 시급한 문화재로 확인된 경우, 신속한 보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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