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쟁에 묻힌 '협치1호' 가습기특위

[the300]

김세관 기자 l 2016.10.10 05:30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제가 알기론 (가습기특위) 연장하는 데 동의하신다. 그런데 당의 입장이 지금 (연장에 반대해서)…."

지난 달 28일 활동 연장 논의를 위해 모인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가습기특위)에서 시원하게 연장을 동의하지 않는 하의원에게 방청석의 피해자 가족들이 불만을 나타내자 야당 출신 우원식 위원장이 하의원을 대신해 한 답변이다.

가습기특위에 대한 연장 필요성은 피해자 가족들과 야3당은 물론이고 이렇듯 여당 의원들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특위는 지난 4일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공식 활동이 종료됐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이후 5년간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등을 기다렸던 가족들은 특위 종료가 선언되자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특위 활동 연장 가능성은 영국 옥시 본사(레킷벤키져)에 대한 방문 무산 등 혈실적인 한계가 속속 노출되면서 8월 중순부터 조심스럽게 거론됐었다. 하지만 9월28일 전체회의까지 한 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바로 정당간 정쟁 때문이었다.

활동기간을 연장하려면 본회의에서 새로운 의결이 필요해 여야 지도부 간 합의가 절실했다. 그러나 그즈음 김재수 농림식품수산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이 원인이 된 국회 파행으로 정국이 급랭, 가습기살균제 활동 '연장'의 'ㅇ'도 꺼낼 수 없었고 결과는 우리가 모두 아는 대로다.

그나마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여야 모두 가습기특위 이후의 논의 주체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는게 다행일까. 그러나 여전히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의 계획이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공수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각자 입장만 소리를 높일 뿐이다.

가습기특위의 구성은 20대 국회 첫 협치의 결과물로 국회 본회의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국회의 가습기살균제 이슈 홀대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야당은 특위의 재구성을, 여당은 상임위 차원 특별소위 조직을 가습기특위 종료 이후의 대안으로 제시 중이다. 

어떤 결론이든 5년 넘게 기다린 피해자 가족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시간을 끌지 말고 여야 지도부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그것이 여야가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협치를 살리는 길이자 민생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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