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법감정과 소년범…처벌 강화하면 범죄 줄어들까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①표창원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형사미성년 연령하향법'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조철희 기자 l 2019.01.15 04:30


음주운전을 강력히 처벌하는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기존 안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3년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국민의 법감정과 '과실'로 봐야 한다는 국회의 판단이 엇갈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법감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법률과 제도가 국민들의 인식을 못 따라올 때 국민들은 청와대로 향한다. 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넘으면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이 나서 답변을 한다. 

답변 1호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의 답변이었다. "형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줄어드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혹은 두 칸 낮추면 해결된다? 그건 착오라고 생각합니다." 

흉포한 범죄나 강력 사건을 마주한 국민의 법감정은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한다. 부산 여중생 폭행, 인천 초등학생 살인, 대구 여중생 집단성폭행,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등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가해 청소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법감정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형사미성년 연령하향법'이다. 현재 '만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해 처벌하지 않는 것을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이미 여러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의 소년법이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창원 안'은 살인 또는 강간의 경우에 한해서 형사미성년 연령을 낮추자는 것이 특징이다. 

소년범죄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3가지 방향으로 나온다. 첫째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자는 것이다. 소년범죄의 연령이 낮아지고 '촉법소년'(범법행위에도 형사책임이 없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가 늘어나 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연령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소년범의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 범죄가 흉포화하는데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기 때문에 형량을 높이면 재범률이 낮아지거나 재범기간이 짧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행 소년법이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보복범죄 가능성도 있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팩트체크]

-소년범죄는 증가했는가. 
▶소년범은 2008년 12만3044명에서 2017년 7만2752명으로 최근 10년간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전체 범죄자 중 소년범이 차지하는 비율도 함께 줄어 4% 이하에 그쳤다.

-소년범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가.
▶14세 미만 소년범은 2007년 578명에서 2016년 84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전체 청소년범죄자 중 0.1% 이하로 줄었다. 오히려 연령이 올라갈수록 범죄가 늘었다. 

-소년범죄가 갈수록 흉포화 되고 있나.
▶소년범죄 중 살인, 강도, 방화 등 흉악범죄는 2008년 1522명에서 2017년 337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성폭력사범은 같은 기간 2126명에서 3372명으로 증가했다. 성폭력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증가했다는 점은 오히려 처벌강화가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소년범의 재범률이 높아졌는가.
▶최근 10년간 소년범의 재범률은 20% 수준이다. 특별히 낮아지거나 높아지지 않았다. 초범이나 재범의 경우 재범률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4범 이상의 경우 재범률이 높아졌다. 범죄를 다시 일으키는 기간은 45%가 6개월 이내다. 소년범죄 대책에선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출소직후 대책이 중요하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청원에 대해 기존 조국 수석의 입장과는 다른 답변을 내놨다. 특수강간 혐의로 입건된 가해자들이 만 13세라 가정법원으로 송치돼 보호처분을 받는 것이 국민들의 뜻과 괴리가 있어 처벌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무부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에 반대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선 아동 구금이 최후의 수단이고 소년범에 대한 엄벌이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범 방지 중심으로 사법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민의 법감정 쪽으로 입장이 기울고 있다. 국민 여론이 강력한 처벌과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자는 방향으로 흘러가니 국회도 여러 의원들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찬성하는 상황으로 통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국민의 법감정과 다소 차이가 있다.

소년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처벌과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다. 가해자 처벌이 피해자 보호를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단죄하고 어른들의 수준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동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소년사법은 '사법'이 아니라 '소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소년범이 재범의 길에 빠지지 않도록 공정한 재판과 소년사법 절차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소년사법의 정신이 '관용과 용서'라고 외친다. 법감정의 만족을 위해 극소수 아동을 처벌하는 것은 법정신을 외면하는 게 아닌지. 적어도 통계는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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