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에 연락끊긴 112·영업한 스타벅스…"뭣이 더 중헌디?"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①성일종·이철희 의원 대표발의 '통신회선 이중화법'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l 2019.01.18 04:30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14일 오후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KT아현지사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KT의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화재 이후 카드결제와 배달 등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큼에도 KT가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를 조사하고 이에 따른 명확한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2018.12.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만3세 이상 국민 90.3%가 매일 평균 2시간이 넘게 ○○○ 사용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발표한 우리국민의 인터넷 이용 실태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는 서대문구 뿐 아니라 마포, 용산 등 서울 6개구와 경기 고양시까지 통신장애를 일으켰다. 

복구에만 11일이 걸렸다. KT는 통신가입자 요금 감면과 카드 결제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상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화재와 같은 재난에 대비한 통신시설 관리체계와 감시체계 문제점 개선에 나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새로운 공포를 느꼈다. “어떻게 인터넷이 죽을 수 있을까?” 화재의 피해자는 해당지역의 KT 가입자 뿐 만이 아니었다. 해당지역에 거주하고 통행하던 수많은 인터넷 사용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인터넷의 역사는 군사적 기원에서 찾는다. 냉전시대 미군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통신을 보호하기 위해 망을 중복 연결해 중앙집중적 명령 및 통제시스템을 극복하는 분산 네트워크 구조를 고안했다. 1969년 미국 국방부의 주도로 구축된 아르파넷(ARPANET)이 인터넷의 출발이다. 

이후 1991년 미국 국립과학재단 네트워크가 민간에 개방되면서 지금과 같은 인터넷 상업화가 시작됐다. 인터넷의 상업화는 전 세계인을 ‘네티즌’으로 바꿔놨지만 분산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이번 화재와 같이 “죽을”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자정부법 개정안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통신회선 이중화법’이다. 행정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보통신망 회선을 이중화하고 서로 다른 사업자에게 회선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현동 KT국 화재당시 경찰의 112 통신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통신망은 이중화 돼있었지만 주회선과 보조회선 모두 단일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소방서는 통신사업자를 이원화해 보조회선으로 전환했지만 경찰은 그러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현재 주요 행정기관과 금융회사는 서비스 안전성 확보를 위해 통신회선을 이중화하고 있지만 단일 사업자망인 경우가 많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방, 경찰 등 안보·안전 관련 통신망과 의료, 에너지 등 국가기반시설 가운데 ‘이중화’와 ‘이원화’가 미비한 통신망이 13%에 달한다. 

국방부의 경우 전용 통신회선인 국방망을 구축했지만 일부 지역은 KT 유선망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KT 통신구 화재 당시 전시 지휘소인 남태령 벙커와 연합사 간의 회선이 불통됐다. 군사정보통합시스템과 국방망, 화상회의망 등 총 42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간 통신망의 경우 ‘이중화’ 뿐 아니라 ‘이원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법은 타당한가?”=화재사고 초기 정부 대응은 통신시설 등급 점검과 소방시설과 보안시설 점검에 집중했다. 통신망 안전성 점검과 이용자 피해배상이 우선이었지 재난 발생 시 통신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에는 소극적이었다. ‘통신’보다 ‘시설’에 중점을 둔 조치였다. 

피할 수 없는 재난이 있다면 재난 시에도 안정적인 통신 유지가 우선이다. 화재사건 이후 과학기술정통부가 나서서 KT, SK텔레콤 등 4개 사업자와 함께 통신재난 대비와 극복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통신 재난이 터지면 서로 다른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밍·와이파이 개방 등 우회 통신로를 제공할 수 있게했다. 또 재난복구 물자와 인력을 서로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기간 통신망의 이중화와 이원화에 따른 추가 예산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정부는 1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두 개의 개정안 발의에서 보듯 이 사안에 대해 현재 여야 모두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와 민간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발표하고 세부사항을 협의 중이니 이제는 국가기간망의 위기발생시 유선망 뿐 아니라 무선망, 케이블망, 위성망을 망라한 통신망을 서로 공유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KT 화재 당시 피해 지역의 스타벅스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모든 카드 결제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스타벅스가 이미 2012년부터 통신사 이원화 조치를 취해 온 덕분이다. 전국 스타벅스 매장은 ‘통신 삼중화’ 구성을 완료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단일 통신사의 이중화 방식이다. 

이후 스타벅스는 별도의 통신사를 이용한 백업회선을 갖추고 유선통신 단절시 무선 LTE를 이용한 카드 승인과 영업이 가능해졌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통신망은 기관업무를 위한 특정 목적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삶의 한 부분이다. 커피는 대체재를 찾을 수 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필수재다. 우리는 모두 ‘항상’, ‘살아있는’ 인터넷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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