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 650→600명, '영국의 결단' 어떻게?

[the300]국회 입법조사처 '영국 하원 선거구제 및 선거구 획정 관련 최근 동향' 보고서 발간

백지수 기자 l 2019.02.04 11:57
영국 런던 의회 광장 /사진=정혜윤 기자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4월까지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선거구 개편안을 만든 영국 하원의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4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2일 '영국 하원 선거구제 및 선거구 획정 관련 최근 동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09년 전현직 하원 의원 389명이 연루된 '의원 세비 스캔들'로 의회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던 것을 계기로 선거구 재획정에 나섰다. 선거구 재획정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을 영국은 10년 동안 논의해 왔다. 지난해 9월 중립적 성격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의회에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제 하원 의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선거구 획정 결론을 못 낸 탓에 그 사이 기존 선거구로 하원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다.

정치개혁과 선거구제 개편의 계기가 한국보다 훨씬 극단적이었지만 한국의 선거제 개편 논의와 쟁점 자체는 비슷한 면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느냐 마느냐, 줄인다면 어떤 방식으로 줄이느냐 등이다.

◇650→600명 과감한 결단=영국 하원 획정위는 의회 개혁 방안으로 우선 의석 줄이기를 택했다. 영국 하원은 한국과 달리 비례대표제 없이 지역구 1개 당 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만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구 수를 줄여 전체적으로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방안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국회의원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논의되면서 비례대표수를 늘리는 대신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영국 하원 지역구는 현재 4개 자치구(잉글랜드·웨일즈·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에 650개가 있다. 이를 600개로 줄이는 방안이 제안됐다. 모든 자치구의 의석이 기존보다 줄고 특히 가장 의석 수가 많았던 잉글랜드는 32석이 줄어 501석을 갖게 된다. 스코틀랜드는 6석이 감소한 53석, 웨일즈는 11석이 줄어든 29석을 확보한다. 가장 의석 수가 적었던 북아일랜드는 1석만 줄어 17석을 보유하게 된다.

◇어떻게 줄였나=획정위는 이렇게 해서 지역별로 인구 대비 의석수의 균형을 꾀했다. 지역별 전체 인구 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 하원은 유권자 수를 대비로 선거구를 정하는데 이때 '유권자 편차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개별 자치지역별 평균 유권자범위를 적용하던 기존 방식 대신 전국 단위 평균 유권자범위인 7만4769명에 ±5%를 적용하도록 했다. 일부 예외 지역을 제외하고는 7만4769명의 ±5% 범위인 7만1031~7만8507명으로 각 선거구 유권자 수를 맞추는 방법이다. 대신 한 선거구의 면적 범위는 1300㎢를 넘지 않도록 했다.

◇한국은 어떻게=한국의 경우 전국 인구 수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해도 인구 평균치 대신 한 선거구의 인구가 최소 선거구와 최대 선거구 사이 범위에 들어가도록 하는 '최소·최대 선거구 방식'을 사용한다.

입법조사처는 이 부분에서 시사점을 찾았다. 현재의 선거구 획정 방식이 지역별 인구 편차를 키워 지역구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충분히 담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12만5000명의 선거구에서 선출된 대표와 20만명의 선거구에서 선출된 대표 간에 절대적 대표성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평균인구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선거구 수 축소로 인한 집합적 대표성의 약화에도 개별 선거구간 대표성의 균등을 달성하려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도 평가했다.

입법조사처는 영국이 선거구의 면적 범위 같은 비인구적 요소를 고려한 점도 주목했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처럼 도·농간 인구 편중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인구 기준만을 일면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지역대표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영국도 유권자 수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하지만 행정구역의 경계·선거구 간 균등성·도로·교통·면적 등 비인구적 요인도 선거구 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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