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에 '외국인의 자녀' 말고 '외국인'도 입학할까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조문 하나하나 심사숙고해야 문제없어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l 2019.02.15 09:09

2015년 4월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을 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심사할 때 있었던 일이다. 개정안의 조문은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에 외국인과 귀화자의 자녀를 추가하는 것이다. 개정안의 제안이유를 통해 개정 취지를 살펴보면 외국인 부모의 사정상 자녀와 같이 국내에 체류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자녀가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개정안의 취지인데, 그에 따라 마련된 개정안의 조문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및 외국인의 자녀’로 규정하고 있어 중복적 측면이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체류' 요건이므로 이를 삭제하면 되는데, 굳이 그렇게 중복 규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에 필자는 체류 요건을 삭제하면서 외국인의 자녀만 놔두고 ‘외국인’도 삭제하는 수정의견을 제시하였다. 외국인학교는 초·중·고 학교이기 때문에 입학자격에 '외국인의 자녀가 아닌 외국인'을 별도로 둘 필요도 사실상 없다고 봤다.

그런데, 소위원회 심사에서 한 의원이 ‘외국인’을 삭제해서는 안 되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니까 또다른 의원도 가령 고아 같은 경우라면 외국인의 자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차관도 처음에는 필자의 수정의견에 동의했다가 결국에는 외국인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외국인을 두는 것으로 해서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소위원회 심사가 끝난 직후 필자는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에 외국인을 두게 되면 내국인의 복수국적이나 외국국적 자녀도 외국인에 포함되어 원정출산을 부추기는 문제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곧바로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간사들과 협의도 거쳤다. 방법은 국회법 91조 번안을 활용하면 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이틀 후 소위원회에서 필자는 의원들에게 그 문제를 설명하여 번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외국인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은 여전히 외국인을 삭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외국인을 삭제하는 것에 동의하여 만장일치로 번안처리되었다.

논리적으로만 볼 때는 그 의원 지적처럼 외국인학교 입학자격에서 외국인이 빠지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입법을 단순히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입법의 부작용이 염려되면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의문이 든다. 물론 필자가 사전 검토과정에서 놓친 잘못이 있지만 별 쟁점 없는 개정안이 번안절차까지 밟게 된 것은 당초 개정안이 제안이유에서 제시한 취지와 다르게 입안되었기 때문인데, 왜 그렇게 입안되었을까? 

그 경우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외국인을 개정안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은 논리적인 것 외에 어떤 경우를 상정해서 그렇게 주장한 것일까? 이 사례는 법안의 조문 하나하나에 의외의 복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시사해주고 있다. 따라서 법안심사는 부실입법을 방지하기 위하여 조문 하나하나를 심사숙고하여 어떤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그만큼 필요한 것이다.
정재룡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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