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회사 물려받는데'…250억원의 상속세를 안받는 이유는?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①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업상속지원법'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l 2019.03.08 04:44

2017년 한해 상속세는 2조 3419억 원이 걷혔다.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상속세 제도를 수정하려 할 때 마다 부자 감세 논란에 맞닥뜨린다.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면 정부가 '부의 대물림을 지원한다'거나 '과세 형평성을 흔든다'는 비판이다. 

현재 우리정부는 가업을 승계하거나 농·임·어업인 등 영농사업자의 상속의 경우 상속세를 깍아준다. 정부 여당은 최근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이다. 여당은 상속세 공제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상속세 감면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현행법은 중소기업 및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의 경우 100%까지 가업상속공제를 제공한다.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기업의 지속적인 승계와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은 200억 원, △20년 이상은 300억 원, △30년 이상은 500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상속세 최고 세율 50%를 감안하면 최대 250억 원의 감면효과가 있다. 

세금 공제 규모가 큰 만큼 이행 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피상속인은 최대주주 등으로 지분이 일정비율 이상(비상장 50%, 상장 30%) 10년 이상 계속 보유해 온 점을 증명해야 하고,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상속인은 10년간 가업용 자산과 고용유지 의무가 있다. 상속인이 사후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무위반 기간에 따른 추징율을 곱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 마디로 ‘가업상속지원법’이다. 상속세의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매출액 5000억원까지 확대하고, 피상속인의 기업경영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해 공제혜택을 더 많은 기업이 받게 하자는 것이다. 

가업상속을 받은 상속인의 가업용 자산과 고용유지의무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도 활용도를 높여 장수기업 성장프로세스를 만들자는 것이 제안의 이유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국민경제의 기초가 되는 중소·중견기업을 세계일류 장수기업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존속을 통해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지키고,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가업 승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업상속이 기업상속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가업상속공제가 세 부담 없이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시키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하여 경영유지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제도이지만 공제대상의 지속적 확대와 사후관리 요건의 완화는 제도 도입 취지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
가업상속공제제도는 1997년 처음으로 도입됐다. 당시 공제한도는 1억 원에 불과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공제요건을 완화하고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확대했다. 2014년부터는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 가업재산의 100%를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2017년 가업상속공제는 91건, 2226억 원에 달했다. 현재와 같이 확대되기 이전인 2013년 70건, 933억 원과 비교하면 건당 공제금액과 전체 공제금액 모두가 대폭 늘어났다. 

이 제도는 세금 없는 부의 무상이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혜택만 확대되어 온 게 사실이다. 가업승계 효과와 국민의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제도 자체는 회사 승계기간 동안 일자리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합헌결정을 했지만 사업과 관련 없는 자산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규모와 상관없이 중견기업 전체로 적용대상을 확대했지만 필요성 심사를 받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공제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가업상속공제를 유지하고 활성화시키려면 단순한 부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존속과 일자리라는 사회적 이익의 실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제혜택을 받는 반대급부를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면 추진동력이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

2011년 이후 5년간 사후관리 요건을 위반한 사례가 30건에 달하는 점을 보면 사후관리 요건 완화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업의 승계를 통한 고용안정성 확보’라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고려하면 자산의 처분 범위 확대와 고용유지 의무완화는 더욱 그렇다. 상속 후 가업자산을 처분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것은 가업상속이라 보기 어렵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의원이 1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조달청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18.10.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제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은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세금감면 이상을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려면 전체 중견기업에 대해 필요성 심사를 하고 상속세로 인해 존속이 어려운 기업에 한정하여 가업상속공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과세형평 측면에서 타당성을 가지려면 고용유지 요건을 강화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공복리를 실현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2015년 기준 2만4006건의 가업상속에 72조원의 공제혜택을 줬다. 제도의 활성화는 전체기업 중 중소기업 비중이 99%가 넘고, 고용의 59%, 매출의 35%를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현실에 기반한다.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상속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라는 사회적 이익실현에 가업상속공제가 이용되는 셈이다. 우리의 가업상속공제도가 중소기업육성과 일자리라는 국가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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