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지랖' 불만, 南 중재자 역할 강화하라는 역설적 어법"

[the300]전략연, "北 불만 메시지, 특사·남북정상회담 장애요인 아냐" 전망

권다희 기자 l 2019.04.15 15:08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4.1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불만 섞인 대남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역설적으로 우리 측에 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최근 북한정세 및 한미 정상회담 평가' 주제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 연설에 "긍정과 부정이 교차돼 있다"며 이 같이 내다봤다. 

김일기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13일 공개된 김 위원장 시정연설과 관련 "중재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불만 표시 및 민족적 당사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촉구했다"며 "미국 편이 아닌 북한 편에 서달라는 불만성 메시지"라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 시정연설 대남 메시지에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춰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이런 북측 입장이 "특사파견이나 남북정상회담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입장을 듣고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을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동 전략연 부원장도 "오지랖 넓게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건 해석의 문제"라며 "북측 입장에서 오히려 당사자의 관점으로 촉진자·중재자 역할에 임하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원장은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표현은 우리에게 중재자 역할을 좀 더 강화하라는 쪽으로 역설적인 어법을 활용한 것일 수 있다"며 "중재자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이 부원장은 "(북측 대남 메시지의) 하나의 특징은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왔다는 점이고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그렇다"며 "우리 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으로는 해석할 수 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식의 전망은 과도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일기 실장도 "시정연설의 특징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 없다는 점"이라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효용성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최소한 한번은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기대감이 (시정연설) 내용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회담 결과 전달 요청과 북한의 상황파악 필요는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 수행에 긍정적인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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