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불일치·오지랖' 뚫고 남북정상회담 승부수…디딤돌 역할론

[the300]한미조율 바탕, 여건 됐다 판단한 듯…강한 의지 표출

김성휘 기자 l 2019.04.15 17:38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04.15.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김정은 위원장과 네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했다. 비핵화 논의 재개를 위한 승부수다. 문 대통령의 대북 해법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부정적 관측이나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오지랖"이라고 표현한 것 등에 구애받지 않고 상당한 자신감과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평가를 바탕으로 북한의 입장을 분석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형편이 되는대로"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마주앉자며 조건도 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공감하고 기대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결단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미 정상간의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설득하듯 1년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렸다. "남북미가 흔들림 없는 대화 의지를 가지고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앞으로 넘어서지 못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1년 전처럼 다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보자고 손짓했다. 회담 목표로는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강한 의지를 표현한 건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간 공조를 재확인한 데다 북한도 대화 의지가 분명하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 형태로 반응을 보이고, 곧장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화답하는 등 톱다운 프로세스가 다시 작동할 조짐을 보였다. 

특히 3자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 중 취재진과 문답에서 말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건 드문 일이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2월28일) 이후 비핵화 협상에 대해 극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미 엇박자로 비칠까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벗어나 '톱다운 디딤돌'이라는 새로운 역할론을 스스로 규정했다. 남북미 정상간 결단으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풀어가는 톱다운 방식을 다시 시도하되 워싱턴DC까지 날아가거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디딤돌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화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북한의 반응과 태도가 여전히 관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북 특사 여부도 시기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형편이 되는대로'라고 (대통령이) 표현한 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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