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오신환 당선…4대1→2대3? 국회 구도 바뀐다

[the300]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의 승리…패스트트랙 범여권 공조 무너지나

강주헌 기자, 백지수 기자, 박선영 인턴기자 l 2019.05.15 16:01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오신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바른미래당이 신임 원내대표에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을 선출하면서 '4대1'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국회 정치 구도에 변화가 감지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복잡한 셈법 속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앞세운 여야4당 공조에도 균열이 불가피하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오신환(관악구을) 의원이 총 투표수 24표 중 과반 이상을 얻어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새누리당 출신인 오 원내대표는 현재 당내에서는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오 의원의 당선에는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안철수계의 지원이 작용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표 체제보다는 안철수·유승민 연합이 지지를 얻는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공감대를 모았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에서 국회 안에서 바른미래당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여야가 극단적 대결 구도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바른미래당의 바른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특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선거제 개편안 등에 대해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법안들이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선거제뿐 아니라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모두 여야 합의할 수 있게 중심에서 역할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오신환 의원(가운데)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오 원내대표 당선으로 손 대표 퇴진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 혁신을 위한 '손학규 퇴진'을 원내대표 출마 공약으로 던졌던 오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결정을 손학규 대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던 당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으로 보임했던 채이배·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 원내대표 당선 직후 사개특위 위원을 자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이자 보수당인 한국당에서도 '대여투쟁 파트너'로 오 원내대표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정부 비판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제3 원내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의 '보수화'가 여야 논의의 장인 교섭단체 대표 회동 등에서도 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한 한국당 재선 의원은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 적어도 좌파적인 생각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며 "한국당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오 원내대표가 야당 간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3개 야당 모두가 친정부, 범여권 행세로 일관하며 사실상의 민주당 1당 독재를 방조해왔다"며 "오 원내대표의 선출은 의회민주주의가 사라져가는 작금의 상황에서 매우 유의미한 결과"라고 밝혔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논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범여권 공조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지난 13일 선출된 유성엽 민주평화당 새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을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유 원내대표는 "지방 중소도시의 의석이 축소 안되거나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신속처리안건 철회가 안되면 본회의 표결 때 부결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이 표결로 갈 경우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동참하지 않으면 통과가 힘들다.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에 바른미래당 일부 찬성파를 합쳐도 과반 확보가 어렵다.


이로써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힘을 합친 여야 4당 공조(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에서 원내대표 교체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구조다. '4대 1'이 '2대 3'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여야4당의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무효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는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며 "패스트트랙 진행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갈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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