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임명권을 검찰이?…'검찰공화국' 자초한 국회

[the300][런치리포트]검찰공화국 만드는 국회

김평화 기자 l 2019.09.05 18:00
 여상규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6일로 최종 합의, 증인채택 11명 등 최종 의결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권을 검찰이 쥐고 있다?

2019년 8~9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은 대한민국 최대 이슈다. TV를 틀면 ‘조국 뉴스’가 나온다. 누구를 만나든 ‘조국 얘기’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조 후보자 임명 여부가 ‘검찰’에 달렸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이 조 후보자 주변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서면서다. 인사청문회보다 검찰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사실상 검찰이 정국의 주도권을 쥔 셈이다. 

‘검찰공화국’의 등장. 이 상황은 정치권이 자초했다. 하루를 멀다하고 정치권의 ‘고소·고발’이 이뤄진다. 정치인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느라 검·경은 정신없다. 사건만 생기면 고소·고발장을 들고 검찰청 또는 경찰서로 향한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았다. 이런 의원들이 검사 앞으로 몰려간다. 다른 의원들이 잘못한 게 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꼴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친인척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국회는 사실 그 이전부터 ‘신호’를 줬다. 조 후보자 관련 접수된 고소·고발건만 십여건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조 후보자 관련 고소·고발한 사건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기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도 다양하다. 

5일에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조 후보자 딸에게 총장 표창장을 준 적이 없다고 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확인 차’ 전화를 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소·고발을 정치에 활용하는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곽상도 한국당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일파 김지태씨 유족들의 소송을 맡아 승소, 국가로부터 117억원을 돌려받았다”고 주장한 것을 문제삼았다. 

4월엔 이해찬 대표 명의로 ‘강원산불 가짜뉴스’를 퍼뜨린 7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엔 김순례 한국당 의원이 포함됐다. 5월말엔 ‘외교기밀’ 통화내역을 누설한 혐의로 강효상 한국당 의원을 고발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세차례에 걸쳐 한국당 의원들을 무더기 고발했다.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혐의다. 

한국당도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고발했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비해 처벌 강도가 낮다. 결국 100명이 넘는 현역 의원과 보좌진이 경찰 수사대상이 됐다. 피고발·고소인만 총 121명, 이중 109명이 현직 의원이다. 한국당 의원이 59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등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경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나온 고소·고발건은 향후 여야 ‘협상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의미의 ‘타협’이 아닌 ‘협박’일 뿐이다.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한 모습이다. 

‘고소·고발전’은 한국 정치에서만 찾을 수 있는 모습이다. 한국과 법체계가 비슷한 일본에는 정치적 논란을 검찰이나 경찰로 가져가는 일이 없다. 수사기관에서도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고소나 고발을 해도 큰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대다수 선진국에선 명예훼손 처벌 자체가 없다. 정치권 고소·고발 ‘단골메뉴’인 명예훼손이 없으니 여야 의원들이 고소장을 교환할 일도 더더욱 없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중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토론으로 양쪽 입장이 반영되고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일도양단적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극단적인 ‘정치의 사법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법원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인데, 이처럼 사법이 정치적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다 보면 객관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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