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튜브 총선'…안방주인 보수에 도전장 내미는 진보

[the300]

박종진 기자, 김상준 기자, 유효송 기자 l 2020.01.01 05:08


# 은퇴자 최모씨(68)는 지상파 TV 뉴스를 보지 않은지 2년이 넘었다. 대신 유튜브를 본다. 황장수 뉴스브리핑, 신인균국방TV, 공병호TV 등 즐겨보는 채널은 주로 보수 성향이다. 최씨는 “유튜브 뉴스가 훨씬 더 정확하고 신속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하루 세시간은 유튜브와 함께 보낸다.

# 요즘 5~6세만 되면 부모에게 가장 많이 조르는 게 “유튜브 보여달라”다. 공룡, 레고, 각종 만화까지 다 있는 보물 상자다. 10대들의 검색창은 유튜브로 바뀐 지 오래다. 20~30대는 유튜브로 맛집을 찾아가고 생활 속에서 ‘~하는 법(How to, 하우 투)’을 익힌다. 불과 수년 사이에 유튜브는 우리 일상의 중심을 차지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은 사실상 첫 ‘유튜브 총선’이다. 유튜브에서 인기몰이 중인 정치 채널들 대다수는 20대 총선이 치러졌던 2016년 이후 생겼거나 활성화됐다. 

지난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 한국인들의 월평균 유튜브 사용시간은 79억분(와이즈앱 집계 기준)이었지만 2019년 11월 442억분으로 5배 이상 뛰었다. 2016년 9월 네이버, 2017년 8월 카카오톡을 각각 앞질러 현재 압도적 1위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보여주는 유튜브의 특성상 정치적 영향력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도층과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정치채널을 즐겨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유튜브로 직행한 보수…TOP10 중 8개 차지 

통상 뉴미디어는 진보진영이 적극 활용해왔다. 2011년 ‘나꼼수’(나는 꼼수다)로 상징되는 팟캐스트 열풍, 포털의 특정 정치인 팬덤 커뮤니티 등이 그랬다. 아직도 팟캐스트 상위 그룹은 진보의 몫이다. 다만 팟캐스트 1~2위라 하더라도 구독자 수가 20만명 안팎에 그친다. 팬덤 커뮤니티는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보수는 진보가 선점한 기존 뉴미디어 대신 유튜브로 뛰어들었다. 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를 겪으며 카톡방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받던 보수층은 유튜브 방송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구독자 수 기준 정치 유튜브 채널 상위 10개 중 보수성향이 8개다. 

구독자 수 50만명 이상 진보성향 채널은 ‘알릴레오’ 등이 방송되는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하나뿐이다. 보수 채널은 7개가 50만명을 넘겼다. 

‘후발 주자’인 진보 진영은 지난해 유튜브 전선 진출에 힘을 쏟았다. 2019년초 방송을 시작한 프로게이머 출신 황희두씨의 ‘알리미 황희두’(구독자 16만명)가 선봉에 섰다. 황씨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에 참여했다. 최근 민주당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20대, 남성을 겨냥한 포인트다.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과 별도로 ‘의사소통TV’(구독자 3만명)를 개설했다. 첫 방송에서는 총선에서 영남권 등 험지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출연했다. 김영춘(부산 부산진구갑) 의원이 “통일선진강국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얼굴 알리기가 절실한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도 유튜브에 적극적이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지난해 9월부터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파란남자들’이란 코너에 나온다. 

유튜브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는 여권의 ‘가짜뉴스’ 공세 속에 중도층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게 과제다. 1위 정치채널인 ‘신의한수’(구독자 115만명)는 구독자 수 2만~3만명 수준이었지만 탄핵정국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태블릿 PC 조작설, 김정은 쿠데타 위기와 같은 논란이 되는 소재나 자극적 주제 등으로 주목을 끌었다. 
자유한국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2030세대를 노린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색소폰을 부는 황 대표의 모습을 담는 등 변화를 꾀했다. 

◇민주당 “황희두·강선우 투톱” vs 한국당 “우파 유튜버 협회와 협력” 

총선을 위해 한국당은 보수 유튜버들과 접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황 대표는 ‘오른소리’ 생방송에서 청년 보수 유튜버들과 만나기도 했다. 

김찬형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우파 유튜버들이 조만간 자체적으로 협회를 결성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발표한 ‘오른소리 가족’이 새로운 당의 이미지가 되고 국민들에게 한국당의 정책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기획단 위원인 황희두·강선우(전 사우스다코타주립대 교수) ‘투톱’으로 공략한다. 배영환 민주당 미래소통국장은 “매주 월요일 유튜브 현장 라이브 ‘실시간 댓글놀이’를 새로 시작해 국민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려 한다”며 “특히 여성·청년들의 여론을 수렴해 공약이나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험지에서 뛰는 후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인기 있는 진보 유튜버들을 출연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스마트플랫폼 오픈 및 유튜브 채널 '씀' 1주년 기념식에서 스마트플랫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19.11.11/뉴스1


◇전문가들 “영향 제한적일 수도…비방 난무하는 전쟁터도 우려” 

중장년층 이상일수록 유튜브의 영향력이 적잖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 콘텐츠는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정세나 경제 등 다층적이고 심층적이기 때문에 비판 혹은 지지 입장에 더 광범위하고 깊이 영향을 준다”며 “또한 특정 영상을 보면 그와 비슷한 종류의 영상을 추천해주는 구글의 맞춤형 정책 때문에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총선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애초 유튜브 (정치 콘텐츠) 주시청층은 보수”라며 “중도층이 갑자기 보수 유튜브를 보지 않는 이상 여론에 끼칠 영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앞뒤 맥락을 자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진다”며 “정치는 과정이 중요한데 과격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면 합리적 사고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법적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며 “공적인 공간에서 후보자를 비난하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제재를 받고 처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유튜브라는 공간은 발설자와 증인 등이 애매하다. 애초 법적 기준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칫 총선 기간 동안 유튜브가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캐릭터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에서 인형을 손에 끼운 채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19.10.28/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