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내각'에 담긴 文 승부수…"총선 통해 정치문화 바꿔달라"

[the300]신년회견서 "총선 이후 야당 인사들과 내각에서 함께 하도록 노력"

최경민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이세윤 인턴기자 l 2020.01.14 16:20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4월15일) 이후 '협치 내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를 겨냥해 "분열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에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들과 내각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전체 국정 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 방향에 공감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등 야권 인사들에게 입각 의향을 타진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언론에 보도가 안 됐지만 더 비중있는, 통합·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그런 분에게도 제안을 했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정치 집단이나 기반 속에서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려워했다"고 설명했다.

고질적인 정치 갈등이 '협치'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야당 인사의 내각 등용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면, 곧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지금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고 했다. 

또 "국회가 지금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길 바라는 듯 하다"며 "일하지 않는 국회는 안 된다.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길 기대한다. 국민이 그렇게 만들어주시면 좋겠다"며 "국회에서 조금만 손을 잡아주면 국민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다음(21대) 국회를 통해서는, 국회가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협치 내각'을 앞세워 정치 문화의 변화를 촉구한 것은 이번 총선의 '야당 심판론'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3개월에 한번씩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가동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한 정세균 국무총리 기용 역시 '협치'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을 했고, 늘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데 역할을 많이 했던 분"이라며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협치의 정치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다"고 했다.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정 총리 임명식에서는 "대화하고 타협·소통하는 그런 정치를 복원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힘을 줬다. 정 총리의 국회의장 경력을 거론하면서 "총리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가치가 삼권분립 논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심하다. 국민들이 볼 때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지금 국회는 막무가내로 싸우기만 하면서 오히려 국민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기능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가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단결시켜주는 그런 구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그럴려면 국회가 서로 다투면서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에서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0.01.14.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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