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관광·올림픽으로 北에 "묵직한 직구"..임종석도 나섰다

[the300]

권다희 기자 l 2020.01.24 08:05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년 문재인정부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 핵심은 ‘독자적’ 남북관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별관광은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했다. 

21일 국무회의에선 2018년 9월 평양남북공동선언의 합의사안인 '2032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유치·개최 추진계획'안이 의결됐다. 관광부터 올림픽 공동 유치까지 행보가 거침없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직결된 정부의 '신북방정책'도 종종 언급된다.

“대통령의 구상은 전략이고 철학"-임종석

이는 지난해 정책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한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북미와 남북관계를 사실상 연동했지만 성과는 적었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지난 1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 국면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등장했다. 임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의 7일 신년사로부터 2주 후, 14일 기자회견부턴 일주일 뒤인 21일 더불어민주당 정강 정책 방송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평화경제’에 할애했다.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는 동시에 남북협력으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이 유효하다는 데도 방점을 찍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8.12.31/사진=이기범


총선출마를 사실상 접은 뒤 2개월, 정치 복귀로 읽히는 활동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해설가이자 대국민 메신저로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새해 대북 구상 결정에 '임종석 역할론'이 거론되는 이유다.

임 전 실장은 문 대통령 신년사에 담긴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및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 답방 요청 등을 열거하며 “야구로 말하면 묵직한 직구”라고 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듯한 남북간 교착을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다. 또 신년사 구상이 “어떤 수사가 아니라 전략이고 철학”이라고 했다. '이행'에 대한 의지 강조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 늦기 전 남북관계 교착을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깔렸다.

◇개별관광 드라이브…北 호응이 관건

정부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하다. 14일 신년 기자회견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다. 대북 개별관광과 관련 정부 구상을 미국과 협의했다. 강 장관은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며 '달라진' 정부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워싱턴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협의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이후 한미간 협의체인 워킹그룹에서 관련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이강래(왼쪽부터) 한국도로공사 사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등이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2018.12.26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배훈식 기자)


통일부는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관광비자를 받아오면 방북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일엔 '북한 개별관광'의 구체적 구상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통일부는 중국 등 제3국 여행사의 북한관광상품에 우리 국민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소개했다. 

물론 회의론도 있다. 국내 지지 확보, 미국과 협의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도 북한의 호응 여부가 불확실하다. 당장 북한 개별관광을 하려면 베이징 소재 북한 대사관 등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올림픽 공동유치 역시 북측 호응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후 남측과 대화의 문을 사실상 닫았다. '통미봉남' 메시지가 늘었고 급기야 지난 1일 나온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보도문에서는 대남 메시지가 아예 생략됐다. 

◇"만시지탄이지만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1) = 이달 20일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북한 금강산 관광객 휴게시설인 온정각 앞길이 제설 되어 있다. 정부는 12일 "어제 긴급 제설작업으로 우리측 출입사무소부터 금강산까지 왕복 2차로 중 1차선을 확보했다"며 "(상봉) 행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 사진=뉴스1


대북관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가능성을 주목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의 노력을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정부가 남북관계를 '이런 식으로 간다'고 자율적 영역을 보여주면 그 자체를 북한이 일정하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관건으로 "항상 (한국 정부가) 미국의 승낙을 받는 게 아니라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지(를 볼 것)"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20일 한 인터뷰에서 "이것(제재와 무관한 사업)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갈 때 북한이 거기에 슬그머니 호응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측이 현재 남측을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이 발목 잡는 것을 확 뿌리치고 올라오면 미국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는 당분간 남쪽하고 이야기를 해가면서 숨통 좀 트이자, 그런 식으로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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