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도 '정쟁'으로 만든다…'차이나포비아' 부추기는 정치꾼

[the300]

김민우 기자 l 2020.01.30 11:47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30일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및 확산을 방지 하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1.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발병지인 중국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입국금지 하라"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까지 이를 부추긴다.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국회가 '재난'도 '정쟁'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서명자가 30일 58만명을 넘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일부국민들은 '중국인=위험'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세기로 후송될 우한 교민 마저도 거부하는 지역이기주의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차이나 포비아'를 정치권이 부추기는 게 문제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국내관광을 즉각 금지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중국여행객의 입국금지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최고위원도 지난 28일"중국과 한국간 여러 왕래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필요하다면 출입국 금지 포함 모든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과 민경욱 한국당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미경 한국당 최고위원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동영상을 거론하며 '공포'를 조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한 폐렴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방송·언론을 보지 않고 유튜브를 많이 보신다. 저도 봤다"며 "우한에서 나오는 동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멀쩡한 사람이 그냥 쓰러지고, 시내 병원에 사람이 바글바글 앉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한의 중국인도 중국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지금 한국 정부는 우한 폐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여당의 무분별한 '반중정서'를 자제해달라는 발언을 '색깔론'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중국은 오랜 세월을 함께 돕고 살아가야 할 친구"라 "이런 상황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대해 "피가 진한가, 이념이 진한가? 공산주의자들은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주사파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념이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더 중요한가? 이념 사대주의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재난의 정쟁화'에 가세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안내한 것을 두고 "문재인정권의 고질적인 중국 눈치보기"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지난 29일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反中) 정서 차단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제네바=신화/뉴시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전경. WHO는 23일(현지시간) 회의에서 중국발 폐렴사태에 대해 비상사태를 발령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2020.01.23


그러나 발생 초기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이 감염증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부르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다. 2015년 WHO(세계보건기구)가 수립한 명명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을 명명할 때 지리적 위치, 사람의 이름, 동물이나 음식의 종류, 문화·인구·직업, 과도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용어 등을 질병 명칭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이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2019(2019-nCoV)'다.

심 원내대표나 조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는 중국관광객 입국 금지 조치도 검역체계의 음성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WHO는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해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단계가 아니라며 "여행과 무역에 관해 어떤 국경선 제한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에도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도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며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 시) 모니터링 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발생시켜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제3국을 경유해 올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입출국 과정이 오히려 음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