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외면한 18조 ‘유튜브’ 경제

[the300][런치리포트]인플루언서와 디지털경제

정진우 기자, 이원광 기자 l 2020.02.11 18:10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던 지난 4일. 

유튜버를 비롯해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 수십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들은 서울시와 함께 ‘코로나_가라’ 캠페인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인플루언서들은 각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 극복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박 시장은 “인플루언서들의 커진 영향력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나 기업 등이 국민 혹은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게 있을 땐 이제 인플루언서부터 찾는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마냥 행복할것만 같다. 

하지만 이들도 큰 고민이 있다. 신뢰도가 영향력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여기엔 ‘돈’ 문제가 엮여있다.

해마다 규모가 커지는 SNS 인플루언서 마켓(SNS를 통한 1인 전자상거래)에서 일부 몰지각한 인플루언서들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바람에 인플루언서 전반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경제 얼마나 커졌나...

11일 국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130조원 규모인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 마켓 규모는 2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1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모바일에 친숙한 ‘2030’세대가 성장하면서 SNS 마켓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팬덤을 만들어 가는 사례들이 많다. 이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만들어 시장 규모를 키우게 된다. 건강식품을 비롯해 화장품, 의류, 가구 등 분야도 수백가지다.

SNS 마켓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으로 활동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도 늘고 있다. 유튜브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셈이다. 

최근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유튜브 실적을 공개했는데 유튜브는 지난해 151억5000만 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알파벳은 내부 자료를 토대로 2018년 111억5500만달러(약 13조2000억원)보다 36%, 2017년 81억5000만달러(약 9조7000억원)보다 86%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442억 분(와이즈앱 조사 결과)을 이용했는데, 유튜브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 소비자만 ’봉‘

이처럼 인플루언서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된 SNS 마켓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8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던 ‘임블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69만명을 자랑하는 임지현씨가 운영한 ‘임블리’에서 곰팡이가 든 호박즙을 팔았다는 소비자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2018년엔 한 인플루언서가 대형마트 제품을 수제 유기농 제품이라고 속여 판매한 ‘미미쿠키’ 사건이 문제가 됐다.

현재 국회엔 SNS 마켓 등과 관련된 법안 10여건이 계류돼 있다. 

이른바 ‘미미쿠키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SNS 판매자도 당국의 관리·감독 범위 안에 포함해야한다고 했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골자인데 음지에서 이뤄지는 SNS 마켓을 양지로 끌어내자는 내용도 담았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블리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대표발의했다. 

‘클린 SNS 마켓법’이라고 소개된 이 법안은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되는 SNS 마켓 판매자의 정보를 네이버·카카오·인스타그램 등에 요청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상거래업자가 주문제작 상품의 범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환불을 거부하는 행태를 막는 내용이 골자다.

이밖에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거래의 경우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등 SNS 전자상거래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SNS를 통한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발의된 법안들도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국회의사당 아치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국회의 새 인물을 뽑는 21대 총선이 있다. 어둠속에서 떠오르는 저 해는 따뜻함과 희망을 품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새 인물들이 국회의사당에 희망의 온기를 불어 넣어주기를 기대한다. 2019.12.30/뉴스1


◇21대 국회의 핵심 어젠다 ‘디지털 경제’

전문가들은 20대 국회에서 디지털 경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본다. 구산업 종사자들의 강한 반발에 의원들이 적극 나서지 않은 탓이다. 최근 타다와 배달의 민족 논란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업자간 이해 갈등을 조정해야할 국회가 당사자들 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멀찌감치 빠져있었다.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정부는 과거 경제 정책의 틀에 디지털 경제를 해석하려고 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전혀 새로운 접근 노력은 없었다. 

SNS마켓 소비자 보호법 외에 인플루언서 양성법 등을 통해 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플루언서들이 양질의 커머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MD(상품기획) 기능과 AS(애프터서비스) 기능을 정부가 지원해주고,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한 공제조합같은 보험을 마련하자는거다.

인플루언서는 분명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광고 영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젠 커머스와 생산, 브랜딩 산업까지 확대되고 있는 등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디지털 경제의 핵심 주체로 인정하는 게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디지털 경제 정책이란 분석이 많다.

김현성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장은 “신문과 방송보다 1인 미디어가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며 “교통사고가 난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 않듯이, SNS 마켓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이걸 옥죌 게 아니라 안전판을 만들어 더욱 키워야 국부 창출의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