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인재', 文대통령 '사과'· 여야 대표 '정쟁중단' 바란다

[the300]

김성휘 기자 l 2020.02.27 18:05
‘코로나 사태’는 인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로 불리는 변종 바이러스 등장과 국내 유입을 아예 막을 수는 없다.

‘차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과 한달만에 국내확진자 1766명(오후4시), 사망 12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하며 ‘국가적 위기’ ‘비상 사태’가 된 데는 분명히 책임이 뒤따른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들이 28일 마주 앉는다. 문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간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인데 ‘만시지탄’이란 아쉬움도 크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2.27. dahora83@newsis.com


“과하다 싶은 조치”…“정치적으로 묵살” = 사태를 키운 건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물론 감염병 예방과 대응은 여론과 감성적 접근으로 풀 수 없다. 일부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일탈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까지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정부다.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사태 초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치”를 말한 것은 그래서 공감을 얻었다. “사실상 심각 단계에 준하는 조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대통령의 선언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거꾸로였다는 평가다. 대통령의 말에 걸맞은 정책 액션은 늦었고 부족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인 입국 전면금지” 등 요구에 “전문가적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정치적 선택이 전문적 식견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포스텍 교수통신망에 “지난 1월 말경부터 예방과 방역을 잘 해오다가 ‘근본적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 바람에 증폭 사태를 맞았다”고 썼다. 그는 “과학자 집단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의과학자와 의료계의 제안을 정치적으로 묵살했던 탓”이라며 과학적 진단과 처방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렇게 된 배경으로 뿌리깊은 진영 논리가 거론된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정부 대책에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비판은 진영의 정치 공세로 치부됐다. 합리적 분석과 생산적 대안 모색은 사라졌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국민”(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등 여권의 과한 해명은 각종 ‘설화(舌禍)로 이어져 국민 감정에 상처를 줬다. 그러면서 극복 노력은 정부, 정치권이 아닌 민간의 몫으로 넘겨졌다.

文 유감표명-여야 정쟁 중단 선언 해야 = 지금도 진영의 벽은 높고 두텁다. 문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이 27일 동의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원이 40만명으로 ‘세 대결’ 양상이다. 지난 9월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임명을 둔 찬반 국민청원 대결과 판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선 위기극복에 국민적 힘을 모으자는 호소와 분명한 방향 제시가 나와야 한다.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당연하다. 정쟁 중단을 약속해야 한다.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가짜뉴스나 음해성 정보를 대통령과 여야 모두가 강력히 우려하고 근절하자는 메시지도 성과가 될 것이다. 

청와대는 여야정국정상설협의체의 재가동을 희망한다. 물론 전제는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시인해야 한다”며 “안이하게 낙관론을 펼친 데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동 결과를 바탕으로 한 대국민담화도 필요하다. 일각에선 반중 정서 대책은 물론, 필요시 4·15 총선을 연기하는 방안도 제한 없이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본다.

이상환 한국국제정치학회장(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회동에 대해 “코로나 사태에 거국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회담에 큰 기대를 걸 순 없지만 위기극복에 방향을 모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자신의 병원을 닫고 격리병동으로 들어갔다. 그의 호소에 전국의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며 대구로 달려간다. 이 열정과 같은 국민의 힘을 끌어내고 결집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은 28일 비상상황(contingency·컨틴전시)에 걸맞은 대통령의 리더십 즉 프레지던시 (presidency)를 증명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 지도자들은 정치 리더십(leadership)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해 예산, 행정력, 입법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건 이런 때 필요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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