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5명 중 1명은 '5565 세대'…그들은 누구인가?

[the300]

정현수 기자 l 2020.03.09 18:05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을 발표하면서 ‘욜드’(YOLD·Young Old)라는 단어를 꺼냈다. 2020년은 욜드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욜드는 말 그대로 젊은 노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욜드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존 고령층과 다르게 젊게 산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라는 표현을 쓴다. 욜드와 결이 같다. 활기찬 삶을 살아가는 고령층.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격인 ‘58년 개띠’를 겨냥했다. 58년생은 올해 만 62세다. 체감적으로도 과거의 60대와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욜드’와 ‘오팔’, 전 세계는 소비 분야에서 이들 세대를 주목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 세계 성장의 주역이다. 과거 세대보다 부유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 신기술에 익숙하고 활동성도 뛰어나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이번 총선에서도 이들 세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올해 총선 키워드로 3A(Age·Asset·Across)를 제시했다. 세대(Age),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Asset), 진영간 교차(Across) 등이 총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영간 교차는 진영 논리와 정치 지형을 가로지르는 과감한 변화를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3A에 가장 부합하는 세대다. '붐'을 일으킬 정도로 많았던 인구는 그대로 유권자가 된다.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의 역사를 같이 써 온 베이비붐 세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가장 민감하다. 나이가 들면 보수적이라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지도 않다.


◇Age…유권자만 870만명인 '5565 세대'


통계청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1955~1963년생으로 본다. 그 직후에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구가 태어났다. 공교롭게 1955~1965년에 태어난 세대가 올해 55~65세가 됐다. 베이비붐 세대를 좀 더 확장해 '욜로', 'OPAL' 등으로 불리는 신장년층을 '5565 세대'로 규정한다.

올해 1월 말 기준 '5565 세대'의 주민등록인구는 869만3747명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6.76%를 차지한다. 특히 4년 전보다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약 127만명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 모두가 해당 연령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권자라고 할 수 있는 만 18세 이상 인구 중 '5565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4%에 이른다.

선거판에서 '5565 세대'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들의 높은 투표율이다.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표로 연결되는 인구가 많다. 게다가 4년 전 총선에서 주로 50대였던 '5565 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다수가 60세 이상이 됐다. 정년으로 따졌을 때 상당수가 은퇴세대로 들어섰다. 4년 그 베이비붐 세대가 아니다.

◇Asset…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 '5565 세대'

1980년대 후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는데 당시 소형주택의 인기가 많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한 ‘5565 세대’가 본격적으로 집을 사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0년대에는 중대형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5565 세대’가 큰 평수로 옮기기 시작한 무렵이다. 부동산의 역사는 ‘5565 세대’의 주기와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주택은 총 1331만1319채다. '5565 세대'가 대부분 50대였던 당시 50대의 보유 주택은 343만9685채(25.8%)로 가장 많다. 특히 당시 자산가액 6억원 이상의 주택은 총 44만2739채였는데, 이 중 50대가 소유한 주택이 13만5675채(30.6%)로 전체 평균을 압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등 고가 주택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세대로 구분한다면 ‘5565 세대’의 반발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상당수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심리적 동요가 표심(票心)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cross…하지만 알 수 없는 그들 '5565 세대'

‘5565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65세)은 올해 노인 연령이 65세가 됐다. 연령대만 보면 보수 세대다. 하지만 지금의 65세는 노인이라기보다 신장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진영 논리도 선배 세대보다 좀 더 유연하다. ‘5565 세대’가 노인 연령대에 들어설 때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중고령층과 최근의 중고령층은 다르다”며 “고학력인데다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사회경험과 사회참여 경험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중고령층이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