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5명중 1명' 오팔세대…선거판을 흔든다

[the300]

정현수 기자, 이해진 기자 l 2020.03.10 05:30

유권자 5명 중 1명은 '5565 세대'…그들은 누구인가?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을 발표하면서 ‘욜드’(YOLD·Young Old)라는 단어를 꺼냈다. 2020년은 욜드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욜드는 말 그대로 젊은 노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욜드에 해당한다. 이들은 기존 고령층과 다르게 젊게 산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라는 표현을 쓴다. 욜드와 결이 같다. 활기찬 삶을 살아가는 고령층.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격인 ‘58년 개띠’를 겨냥했다. 58년생은 올해 만 62세다. 체감적으로도 과거의 60대와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욜드’와 ‘오팔’, 전 세계는 소비 분야에서 이들 세대를 주목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 세계 성장의 주역이다. 과거 세대보다 부유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 신기술에 익숙하고 활동성도 뛰어나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이번 총선에서도 이들 세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올해 총선 키워드로 3A(Age·Asset·Across)를 제시했다. 세대(Age),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Asset), 진영간 교차(Across) 등이 총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진영간 교차는 진영 논리와 정치 지형을 가로지르는 과감한 변화를 말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3A에 가장 부합하는 세대다. '붐'을 일으킬 정도로 많았던 인구는 그대로 유권자가 된다.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의 역사를 같이 써 온 베이비붐 세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가장 민감하다. 나이가 들면 보수적이라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지도 않다.

◇Age…유권자만 870만명인 '5565 세대'

통계청은 1차 베이비붐 세대를 1955~1963년생으로 본다. 그 직후에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구가 태어났다. 공교롭게 1955~1965년에 태어난 세대가 올해 55~65세가 됐다. 베이비붐 세대를 좀 더 확장해 '욜로', 'OPAL' 등으로 불리는 신장년층을 '5565 세대'로 규정한다.

올해 1월 말 기준 '5565 세대'의 주민등록인구는 869만3747명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6.76%를 차지한다. 특히 4년 전보다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약 127만명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 모두가 해당 연령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권자라고 할 수 있는 만 18세 이상 인구 중 '5565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4%에 이른다.

선거판에서 '5565 세대'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들의 높은 투표율이다. 단순히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표로 연결되는 인구가 많다. 게다가 4년 전 총선에서 주로 50대였던 '5565 세대'는 이번 선거에서 다수가 60세 이상이 됐다. 정년으로 따졌을 때 상당수가 은퇴세대로 들어섰다. 4년 그 베이비붐 세대가 아니다.


◇Asset…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 '5565 세대'


1980년대 후반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는데 당시 소형주택의 인기가 많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한 ‘5565 세대’가 본격적으로 집을 사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0년대에는 중대형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5565 세대’가 큰 평수로 옮기기 시작한 무렵이다. 부동산의 역사는 ‘5565 세대’의 주기와 맞닿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주택은 총 1331만1319채다. '5565 세대'가 대부분 50대였던 당시 50대의 보유 주택은 343만9685채(25.8%)로 가장 많다. 특히 당시 자산가액 6억원 이상의 주택은 총 44만2739채였는데, 이 중 50대가 소유한 주택이 13만5675채(30.6%)로 전체 평균을 압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등 고가 주택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세대로 구분한다면 ‘5565 세대’의 반발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상당수 규제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심리적 동요가 표심(票心)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cross…하지만 알 수 없는 그들 '5565 세대'

‘5565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65세)은 올해 노인 연령이 65세가 됐다. 연령대만 보면 보수 세대다. 하지만 지금의 65세는 노인이라기보다 신장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진영 논리도 선배 세대보다 좀 더 유연하다. ‘5565 세대’가 노인 연령대에 들어설 때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과거의 중고령층과 최근의 중고령층은 다르다”며 “고학력인데다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사회경험과 사회참여 경험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중고령층이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565 세대'의 4년 전 선택은 안철수였다


'50대의 반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발견된 이상징후는 ‘50대의 변심’이었다. ‘50대=보수표’란 공식이 깨졌고 보수 여당에 총선패배의 충격을 안겼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졌다. ‘86(60년대생, 80년대 학번)’ 세대가 본격 50대에 진입하며 ‘욜드(Young Old) 표’의 등장을 알린 것이다.

투표율은 장년층이 높다는 일반적인 룰을 따랐다. 20대 총선에서 50대 투표율은 60.8%로 총선거 평균 투표율 58% 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71.7% △70대 73.3% 에 이어 세번째였다.

정당 지지율에선 반전을 보였다. 과거 올드 제너레이션과 다른 선택을 했다.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 중 비례정당 득표율에 따르면 5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39.9%인데 반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지지율은 53.7%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세대별 투표율은 발표하지만 각 세대가 어느 당에 투표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로 연령대별 표심을 파악할 수 있다. 

정당별로 뜯어보면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51.5%)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졌다. 민주당도 19대 때 33.5%에서 19.6%로 하락했다. 대신 국민의당에 표가 쏠렸다. 당시 새롭게 출현한 국민의당은 전 세대에서 20% 넘는 지지를 획득했는데, 50대 지지율이 28%로 △30대 지지율 28% △40대 지지율 30%와 더불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연령 효과(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돼 가는 경향)가 최근 50대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는 양상이 보인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30대와 40대 때의 투표 성향을 나이가 들어서도 유지하는 코호트 효과가 관찰된다고 말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연구에 따르면 20대 총선 때 47~56살이었던 1960~1969년 출생 유권자들은 일관되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 강 교수는 “386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큰 변화없이 세대적 정체성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며 "젊은 유권자들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20대 총선에서의 50대의 진보유턴은 당시 특수상황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의견도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수석전문위원은 “욜드세대 특성도 있겠지만, 새누리당이 ‘진박공천’, ‘옥새파동’ 등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피로감이 50대는 물론 전 유권자로 하여금 여소야대를 선택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높았던 50대의 국민의당 지지율 역시 “지역구 투표에선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비례투표에선 민주당을 심판하는 2중 심판의 창구로써 국민의당이 선택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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