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비례연합' 무산 or 득표 양분돼도…"제1당 흔들린다"

[the300]런치리포트]與 의석수 시뮬레이션

김하늬 기자, 이해진 기자 l 2020.03.12 06:10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3.11. photothink@newsis.com


"계획이 없었던" 與,, '보수 과반' 시뮬레이션 '화들짝'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서 진보진보 개혁 정당과의 비례대표 선거연대를 추진한다.

12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동안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를 실시하는데 가닥은 잡혔다.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민주당 후보를 비례연합정당 후순위에 두겠다는 것.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민주당 이름으로 후보 못 내는 사상초유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비례대표 후보 순번) 앞순위를 소수 정당에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소수 정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비례전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오류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실제 속내는 의석수다. 지역구 의석수를 90석 이상 차지하는 거대정당은 연동형 비례의석 배분에서 제외된다. 반면 우회로(미래한국당)를 만든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와 연동형 비례 모두 챙길 수 있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연합이 원내 1당은 물론 과반을 차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원칙vs실리’가 맞붙는다. ‘원칙론’의 경우 ‘실리’를 취하다 지역구에서 또다른 실리를 놓칠 수 있다는 현실론도 부연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 47석만 놓고보면 민주당과 한국당간 20석 안팎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상황별 의석수 시뮬레이션을 직접 만들고 검증해봤다.

[시나리오1] 민주당 독자노선- 비례연대 무산
◇지역구 의석 가정 = 민주(120석) 통합(128석) 정의(2석) 민생(3석)
◇정당 득표율 가정 = 민주 (40%), 통합(0%) 한국(40%), 정의(10%), 국민(5%), 민생(5%)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을 40%를 받아도 비례의석이 7개다. 반면 미래한국당은 똑같은 40% 득표율로 27석을 얻는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이 있고, 한국당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21대 국회는 과반을 차지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중심의 여소야대 정국이 된다. 제1야당 의석수는 무려 155개다. 민주당은 127석, 정의당 9석, 민생당 6석, 국민의당 3석으로 점쳐진다.

[시나리오2] 민주당 비례- 비례연합 각각 독자노선
◇지역구 의석 가정 = 민주(120석) 통합(128석) 정의(2석) 민생(3석)
◇정당 득표율 가정 = 민주 (20%), 비례연합(20%) 통합(0%) 한국(40%), 정의(10%), 국민(5%), 민생(5%)


두 번째는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내면서 독자적으로 비례연합정당도 비례대표를 내 정당 득표를 양분하는 시나리오다.

여전히 제1당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된다. 의석수는 150석이다. 미래한국당 비례의석수가 22개로 소폭 감소한다. 비례연합에 일부 의석을 뺐겨서다.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이 낮아진 만큼 의석수도 123개로 줄어든다. 비례 의석수는 3석에 불과하다. 비례연합 몫 11석을 합쳐도 미래한국당과 10석 이상 차이난다. 특히 정의당도 비례연합이 등장할 경우 비례의석이 2개 줄어든 7석이 된다.

[시나리오3-1] 민주당+비례연합 참여
◇지역구 의석 가정 = 민주(120석) 통합(128석) 정의(2석) 민생(3석)
◇정당 득표율 가정 = 민주 (0%), 비례연합(40%) 통합(0%) 한국(40%), 정의(10%), 국민(5%), 민생(5%)



[시나리오3-2] 사상초유의 '공동 1당'
◇지역구 의석 가정 = 민주(124석) 통합(124석) 정의(2석) 민생(3석)
◇정당 득표율 가정 = 민주 (0%), 비례연합(40%) 통합(0%) 한국(40%), 정의(10%), 국민(5%), 민생(5%)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비례연합정당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 정당이 된다. 지역구는 '민주당vs미래통합당', 비례대표는 '비례연합 vs 미래한국당'의 구도가 되는 셈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비례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한다. 비례연합과 미래한국당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 숫자가 달라진다. 각각 40%의 득표율로 가정하면 19석이 챙긴다. 1당 승부는 지역구에 달린다. 소수 정당의 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의석수가 124석으로 동일하고,정당득표율도 비례연합과 미래한국당이 엇비슷하면 사상 초유의 '공동 1당' 양당 체제도 가능하다.

[시나리오4] 민주당+비례연합 참여
◇지역구 의석 가정 = 민주(130석) 통합(119석) 정의(1석) 민생(3석)
◇정당 득표율 가정 = 민주 (0%), 비례연합(40%) 통합(0%) 한국(40%), 정의(10%), 국민(5%), 민생(5%)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시나리오다. 이 위원장은 이 시나리오를 토대로 10일 의원총회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독려했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압승(130석)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민주당의 지역구(130석)과 비례연합의 비례대표(19석)을 합한 149석까지 가능하다.

반면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138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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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본 적 없는' 130석인데…민주당의 근자감?

'민주당 130석, 미래통합당 119석, 정의당 1석'

더불어민주당이 예상한 4·15 총선에서의 정당별 지역구 의석수다.

비례연합 정당 관련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을 위한 전제였는데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에 10석을 앞선다는 계산이 눈에 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비례 위성정당)’에 필패하지만 비례연합 정당에 참여하면 총 의석수는 149석으로 ‘통합당+한국당(137석)’을 너끈히 이긴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지난 10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됐고 분위기는 비례연합정당 참여쪽으로 흘렀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진보·개혁진영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이른바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에 대한 결론 도출을 시도한다. 2020.3.8/뉴스1


하지만 지역구 의석 130석이란 전제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실제 ‘지역구 130석’은 꿈의 숫자다. 현재 지역구 의석 253석의 과반(127석)을 훌쩍 넘는다. 민주당이 1당을 차지했던 20대 총선 때 지역구 의석수는 민주당 110석, 새누리당 105석이었다.

지역구 의석을 보면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106석, 새누리당 127석 △18대 총선 통합민주당 66석 ,한나라당 131석이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2004년 17대 총선 때 지역구 의석수도 129석이었다.

지역구 130석을 전제로 한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시뮬레이션을 돌린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에 “수도권·충청·영남·호남 의석을 다 카운트 해보니 130석 정도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세나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라고 했다. 무엇보다 호남을 거의 모두 탈환한다는 가정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호남 지역구 28석 가운데 단 3석만을 차지했다. 광주 8석은 모두 국민의당에게 뺏겼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25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는데 23명이 호남을 지역구로 뒀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는다. 현재 호남지역 맹주는 14석 의석을 보유한 민생당이다. 민생당에서 그나마 지역구 유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물은 박지원·황주홍·유성엽 의원 정도다. 민생당 몫 정도를 뺀 호남 25석을 가져오면 130석 숫자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인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11. photothink@newsis.com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전날 시뮬레이션과 관련 “상황 파악이 덜 된 의원들을 이해시키는 차원이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연동형에 더해 병립형도 비례의석을 가져간다는 것을 모르는 의원들이 있다. 비례의석 30석 중 한국당이 26석까지 설마 가져가겠냐고 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시뮬레이션으로 그들을 이해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이 낙관적 가정을 전제로 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연합정당에 반대하는 박용진 의원은 “기본적으로 판을 바라보는 눈이 달랐다”며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면 130석은 흔들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109개 선거구에서 5% 또는 5000표 내외로 승부가 갈린 곳이 26곳”이라고 덧붙였다. 명분 없이 ‘표 계산’만 두드리는 데 실망한 중도층이 자칫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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