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대통령이 경제를 말하게 하자

[the300]경제적 방역조치 절실한데…

김성휘 기자 l 2020.03.13 10:39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있다. 감염병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국민의 생명을 노린다. 다행히 감염을 피하더라도 문제다. 개인과 기업이 먹고사는 일이 휘청인다.

WHO(세계보건기구)가 12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세계 경제성장의 불씨가 급격히 식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멈추는 공장, 금융·주식시장 혼란, 생계와 고용 불안. 코로나19에 경제도 멍든다.

이걸 막아주는 버팀목이 있어야 한다. 경제적 방역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로선 무슨 대책이든 내놓는 게 정상이다. 추가경정예산이 그렇다. 

대통령의 경제메시지도 중요한 경제방역조치다. 하지만 13일 현재 청와대엔 눈에 보이지 않는 레드라인이 있다. 국민안전과 방역이 중요한 이때 경제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픈 경험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 "소강상태"라는 판단과, 이에 따라 "머지않아 종식될 것"(2월13일)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게 뼈아프다. 물론 방역과 경제는 코로나19 극복의 투트랙이다. 대통령이 "경제활동을 해달라"고 말하는 게 '방역'이라는 기본전제를 지우진 않는다. 

그러나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니면 쉽게 전달되기 어렵다. 경제 강조는 '방역은 웬만큼 괜찮은가' 하는 인식의 점프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경제 메시지를 내야한다. 이유가 있다.
[천안=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에 위치한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 운영현황 보고를 받은 뒤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2. photo@newsis.com


첫째 국민의 경제적 피해가 워낙 깊고, 광범위하다. 특히 취약계층이 벼랑끝에 섰다. '낮은 곳' 취약계층이야말로 성장이라는 아궁이에서 가장 '먼 곳'(웃목)에 있다. 불씨가 꺼져도 아랫목은 남은 열로 얼마간 버틴다. 반면 웃목은 가장 빨리, 가장 매섭게 추워진다.

새벽 인력시장에선 일감이 없어 허탕을 치는 아버지들의 발자국이 무수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한계에 내몰린다. “아파 죽기보다 굶어 죽는 상황이 될 수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도 나왔다.

임대료를 깎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경기가 풀려 장사가 잘되는 것 이상의 대책이 될 수 없다. '착한' 임대인이 되자는 독려가 과도한 압력으로 변해서도 안 된다.

둘째 대통령의 말은 힘이 세다. 코로나 방역, 마스크 수급 대책에 실제 허점도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다시 중심을 잡았다. 마스크 공급 5부제를 승인하고, 관계부처를 질책하며 밀어붙였다.

뒤집어보면 대통령의 관심과 점검, 현장 방문과 같은 자극 없이 정부에 "전례없는 특단의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메시지의 무게만 해도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는 대통령과 다를 수밖에 없다.

셋째 방역과 경제는 별개가 아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11일(현지시간) 칼럼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높이샀다. 조쉬 로긴 칼럼니스트는 인천공항의 3단계 방역망 등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른 국가들에게 '한국과 계속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자 한다"고 썼다. 

문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도 코로나19 방역에 긴장을 푼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팬데믹 선언 등에 따라 더 심각해지는 국내외 경제환경에서 국민들이 버티게 해주는 경제방역선이자 생존선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를 말하게 하자. 그런다고 해서 질병관리본부가 방역에서 손을 떼거나, 의료진이 치료를 멈추는 것도 아니니까.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0.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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