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공수처·퀴어…정치 '모른' 정치인, 금태섭의 '소신'

[the300]

이지윤 기자 l 2020.03.13 15:35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19.10.7/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소신파' 혹은 'X맨'. 금태섭 민주당 의원에겐 항상 이같은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민감한 이슈에 몸 사리기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는 이유로 그는 비판 받았다. 

그럼에도 금 의원은 늘 웃음을 머금었다. 새벽잠을 깨우는 악플에도 부드럽고 정중하게 대응했다. 자신을 향한 시선에 일희일비 하기보다 언제나 여유롭게 맞설 수 있는 정치인이었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그는 민주당에도 여러 족적을 남겼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인물이었고, 검찰개혁과 같은 이슈에선 정책적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1일 오후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을 출발해 도심을 한바퀴 도는 퀴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19.6.1/사진=뉴스1


#1 퀴어퍼레이드 참가

금 의원은 매년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기독교계 표심을 잡기 위해 우물쭈물하는 보통의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였다. 민주당 의원으로서도 유일했다. 그는 양복을 벗어던지고 볼에 무지개 그림을 그린 채 연단 아래서 수많은 이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었다. 

그는 '퍼스트 펭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몸소 실천했고 동료 의원에게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해 퀴어 퍼레이드 당시 금 의원은 "시민 수십만명이 거리를 행진하는데 당연히 주요 정당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한다"며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기원하면서 즐겁게 하루 놉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젠더 이슈에 있어서도 언제나 한 발 앞서갔다. 그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출판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300부 구매해 동료 국회의원에게 선물했다. 성평등한 국회를 꿈꾸며 여성 국회의원의 숫자가 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가 질의에 대한 답을 하고있다. 2019.09.06./사진=뉴시스


#2 조국 인사청문회

검사 재직 시절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내쫓기듯 검사직에서 물러난 금 의원은 '송곳' 같은 사람이다.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금 의원은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는 조 전 장관 딸 관련 논란을 언급하면서 "교수 부모가 자신들이 재직 중인 대학에서 딸이 그리하도록 하면 안됐다"며 "지방대의 어려운 재정형편, 연구보조원이 되기 위한 지방대생의 간절함을 생각할 때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조 전 장관을 보호하기 급급할 때 그는 젊은 세대의 상처를 대변하며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위로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리려 했던 국민을 다독이며 오히려 민주당을 지켜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제1차본회의에서 고용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0.2.18/사진=뉴스1


#3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반대

금 의원은 검사 재직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당론으로 지정하고 드라이브를 걸자 금 의원은 견제구를 던졌다. 공수처가 현실에 적용됐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무심코 넘어가기 쉬운 정책적 디테일을 고민했다.

그는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권이 악의를 가지고 공수처라는 기관을 이용하면 위험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토론해서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금 의원은 공수처 설치 법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4+1 협의체'를 통해 공수처 설치 법안 통과가 유력해지자 용기 있게 행한 소신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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