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진영'에 갇힌 국회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2회 종합]'건강한 진영의식' 해치는 국회의원의 행태

특별취재팀 = 정진우 기자 이원광 기자 강주헌 기자 김예나 인턴기자 l 2020.03.20 05:30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건강한 목소리 사라진 '막말국회', 병들어가는 대한민국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여론의 비판이 거셌지만 같은달 27일 김 의원은 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표를 확보하면서다.

◇막말의 탄생…‘이분법’의 정치

막말은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이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 극단의 대결로 만들기 가장 좋은 무기다. ‘타락한 진영의식’의 내용이 왜곡이라면 형식은 막말이다.

김순례 의원의 문제적 발언이 나왔던 공청회는 김진태·이종명 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에게 판을 깔아줬다. 5·18 민주화 운동을 향한 거침없는 폭력이 이뤄졌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강성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정치인들은 막말로 기본 지지 기반을 확보한다. 극단으로 가서 외치는 게 먼저다. 진영을 대표하는 합리적 목소리는 급하지 않다. 막말의 파급력은 사안의 전체를 조망하는 걸 잊게 한다. ’맞다, 아니다‘라는 이분법을 요구하는 동시에 강요한다.

막말이 진영내 건강한 목소리를 해치는 것은 여권도 다르지 않다. 정봉주 전 의원은 점퍼 색을 운운하며 진영 내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공격 대상은 같은 진영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빨간 점퍼 민주당’이라는 제목으로 금 의원을 겨냥해 “내부의 적이 가장 위험한 법”, “민주당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최소한 파란 점퍼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 의원이 ‘조국 사태’에서 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 당시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진 것을 향한 저격이었다. 강성 지지자들은 연일 금 의원을 향해 문자폭탄 등을 보냈다. 결국 금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이) 조국을 끊어내지 못한다”며 “팬덤 정치를 하다가 팬덤의 늪에 빠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야 모두 ‘타락한 진영의식’ 대결의 수혜자

최근 1년간 국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르면서 정쟁의 연속이었다. ‘식물 국회’ ‘동물 국회’만 존재했다. 매일 대치하고 서로를 향해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비판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는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곧 휴지조각이 됐다.

여당을 중심으로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구성됐다. 한국당은 ‘투쟁’ 일변도로 나섰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규탄 집회를 주재하고 지난해 9월 삭발, 같은해 11월엔 단식을 감행했다. 지지층을 총력 동원한 광화문 집회도 진행했다.

공수처 등 내용에 대한 합리적 논쟁은 없었다. ‘타락한 진영 의식’은 대치·농성만 강요했다. 여야 모두 대결·대립의 절대적 수혜자였기에 이를 즐겼다. ‘타락한 진영의식’을 키운 셈이다.
제21대 총선을 한달 앞둔 3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타락한 진영의식’, 선거법도 죽였다

‘게임 룰’인 선거법조차 대화없이 만들어졌다. 전례없는 상황이었다. 여야는 강행과 결사 반대로 나뉘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섰다. 대화에 참여해서 어떻게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사표(死票)를 없애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적 토론은 없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다당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부재했다. 그저 진영 내 이해득실만 따졌다. 그 결과 ‘타락한 진영의식’이 만든 ‘꼼수’와 ‘반칙’만 넘쳐났다.

위성정당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연합에 참여하는 편법을 택했다. 결국 선거법의 취지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선거법조차 ‘타락한 진영의식’으로 왜곡된 셈이다.

피해는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진보와 보수가 타협점 없이 극단으로 대립하다보니 양쪽 모두에서 타락한 진영의식이 만들어졌다”며 “결국 각 진영에 기대어 혜택을 보는 건 정치인들이고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내가 하면 ‘기술’, 남이 하면 ‘꼼수’…협상없는 국회



국회에서 ‘협상’을 찾아볼 수 없다. 협상 대신 단기간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만 판친다.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를 위해 고안했다는 제도는 무력화된다. 기술로 인한 상실감은 상대를 향한 분노로 바뀐다.

내가 하면 ‘기술’, 남이 하면 ‘꼼수’다. 여야는 각 지지층에 기대 기술과 꼼수 개발에만 힘쓴다. 협상의 부재는 정치권 특유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정당화된다. ‘타락한 진영의식’은 세력을 키운다.

◇野 조직적 ‘기술’…‘동물국회’ 재현

지난해 국회의 ‘기술’은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시연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국회 곳곳에서 농성을 펼쳤다. 민주당 의원들의 법안 제출과 회의를 저지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법안이 팩스 등을 통해 전달되자 서류 일부를 집어들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장은 점거·봉쇄됐다.

곧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어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동물국회’의 오명을 씻기 위해 해당 법안 처리를 주도했다.

국회법 165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 같은법 166조에는 165조를 위반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 행위를 하거나 △이같은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이나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됐다.


◇與 ‘살라미 국회’로 필리버스터 무력화, 4년전에는…

더불어민주당은 ‘살리미 국회’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소수파에 보장된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 106조의2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가 의장에게 제출되면 발동된다.

우선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에 나섰다. 헌법 47조에 따르면 임시회의 회기는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을 뿐, 국회법 등에서도 최소일에 대한 규정은 없다.

임시회 일정을 최소한으로 잡고 폐회한 후 곧바로 임시회를 소집해 필리버스터 법안들을 즉각 표결 처리하는 전략이다. 국회법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다.

국회법 106조의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

야당 시절 필리버스터를 보장받았던 민주당이 집권 후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2016년 2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른바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하자 52년만에 본회의 필리버스터를 가동했다. 약 9일간, 192시간여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3월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11차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0.3.17/뉴스1


◇“협상 깨야 지지자 호응…타협 필요성 사라져”

정치권이 ‘협상’보다 ‘기술’을 선택하는 경향은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보다 협상 결렬 상황이 각 진영에서 더 환영받는 게 현실이다. 이같은 정치 환경에선 협상에 미온적인 경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협상이 사라지면 ‘타락한 진영 의식’이 대신한다. 극단의 목소리가 당연시된다. 합리적 대화와 타협, 양보는 상대의 논리와 의견을 경청해야 가능하다. 지금 국회에선 협치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가 불가능하다.

박진 국회 미래연구원장은 “‘바트나’(BATNA·협상 결렬 시 최고 대안)가 존재하지 않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협상을 깨는 것이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의 호응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상을 깨면, 그 당사자가 불리해야 한다. 그래야 타협할 마음을 먹게 된다”면서 “무리한 주장을 해서 협상을 깨는 정당이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락한 진영싸움 기댄 '기생정치', 민생까지 갉아먹는다



#지난 1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김해영 민주당 의원(최고위원)의 발언은 모두의 귀를 의심케 했다.

김해영 의원은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 다음 임기에 바로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건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겨냥한 말이었다.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자신의 아버지 지역구인 의정부에서 출마 준비를 했는데 김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이를 비판한 것이었다. 김 의원의 발언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문석균씨는 결국 사흘뒤 사퇴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왜 그런식으로 말을 하냐”며 김해영 의원을 비난했다. 김해영 의원은 같은 달 29일엔 민주당의 제2호 영입인재 원종건씨의 미투 문제를 비판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김해영 의원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는 노력을 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헌법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로 나온다”며 “우리 현실은 의원들이 진영으로 갈려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가 오히려 진영을 오염시키고 타락한 진영을 구축한다고 지적한다.

김해영 의원은 “정치인들이 자극적 발언, 편가르는 발언으로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시키며 지지자들을 결속한다”며 “진보와 보수의 양 극단 특정 진영에 치우치기보다, 헌법 정신에 따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


민주당에 김해영 의원이 있다면 미래통합당엔 김세연 의원이 있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당은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각 정당이 특정 진영에 휩쓸리는 등 ‘타락한 진영의식’에 사로잡힌 여의도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김세연 의원은 “외교안보나 통일같이 국가의 운명이 달린 문제 앞에서도 우리 정치권은 양 극단으로 갈려 싸운다”며 “성숙한 국가 공동체적 가치가 아직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만성적인 나쁜 진영 간 대립 구도에 기생해온 기존 정치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구도가 극복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세연 의원은 “진영에 사로잡힌 정치 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부 지지층이 절대 다수 선량한 국민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권력 놀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연 의원은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기 위해선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급격한 변화보다 20~3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내각제로 가기 위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해야한다”며 “점진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거의 2년마다 한번씩 헌법개정이 이뤄지는데 우리도 헌법의 연성화가 필요하다”며 “1987년 이후 33년이 지나도록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성식 무소속 의원


야당 의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직 제의를 받은 김성식 무소속 의원도 양 극단으로 치우친 나쁜 진영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한다.

김성식 의원은 “지금 의원들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문자폭탄 그룹을 두려워한다”며 “익명의 팬덤 혹은 열성 지지그룹만 바보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양 극단의 진영 갈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권력 집중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야가 바뀌더라도 모든 여당은 대통령에 충성하고, 모든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며 “선출되지도 않고 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청와대 참모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다보니 내각은 허수아비, 국회는 들러리만 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청와대 중심의 권력 집중 문제를 개선해야 진영 정치가 극복될 것”이라며 “우리편이 이기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 어느 편이 이기든 견제와 균형 원리가 돌아가고 분권과 책임정치 원리가 적용돼야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김성식 의원은 오는 4월 총선을 통해 구성될 21대 국회가 ‘타락한 진영의식’을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법안을 만들지 말고, 구조개혁이나 규제개혁 등과 같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꼭 필요한 법 몇 개만이라도 21대 국회 초반에 만들어야 한다”며 “대연정이나 협치, 정치연합 등을 통해 양 극단에 치우친 나쁜 진영을 없애자”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보다 내편만 바라보는 의원님들



#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악 20대 국회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고 토로했다.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힌 우리 정치권을 향한 일갈이었다. 그는 한 방송에 나와 “많은 정치인이 국회에서 ‘거의 배우’가 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신문·방송에 비칠지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잘 되던 논의도 카메라 들어오는 순간 쇼가 된다. 정치인이 ‘쇼맨’이 된다는 얘기다. 표 의원은 여기에 질렸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누구에게 잘 보이려 저러는 걸까.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열혈 지지층, ‘강성’ 지지세력이다. 이들에게 밉보이면 수천개의 문자 폭탄으로 생고생한다. 잘 보이면 ‘사이다 발언’ 등 칭송이 쏟아진다. 이른바 ‘까방권(까임방지권)’도 얻는다.

보수와 진보 양 극단에 놓인 세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쇼맨’ 정치인은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힘을 쏟는다. 공정과 정의의 관점이 아니라 당리 당략만 따르고 자기 진영에 치우진다. 합리 대신 맹목이 편하다. 진영 논리는 궤변이 되고 건강했던 진영의식은 오염된다.


지난해 국정감사는 역대 최악이란 20대 국회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타락한 진영의식'이 이렇게 한국 정치, 한국 정치인을 지배한다.

건강한 경쟁이 아닌 적대적 공존을 부추긴다. 상대에 대한 악마화, 조롱 등만 난무한다. ‘쇼맨’이 된 정치인은 퇴보한다. 진영 논리로 포장된 궤변에 충실하면 되기에 국민 삶을 살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극단의 지지를 토대로 배지를 달고 4년을 더 버틴다.

이제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 정치와 정치인, 진영을 건강하게 회복시켜야 한다. ‘타락한 진영의식’에 빠져 특정 세력에만 충성하는 정치인이 사라질 때 비로소 건전한 정치가 살아난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타락한 정치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나쁜 진영에 몰두하는 정치는 결국 내부 토론과 견제가 사라져 역사를 퇴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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