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다양성 강조한 당헌당규…'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3회]②보수정당 ‘당헌·당규'는 건강한 진영을 말한다

강주헌 기자 l 2020.03.23 18:35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거대정당’

미래통합당을 수식하는 표현이다. 통합당은 보수진영에서 강조하는 ‘헌법 가치’를 당헌·당규의 첫머리에 넣었다. 

당헌 제1장 2조에 “통합당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적 성취를 이끌어온 헌법정신을 존중한다. 헌정질서의 중심인 자유, 민주, 공화, 공정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하고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고 썼다.

헌정질서의 가치를 지키는 ‘건강한 진영의식’은 다른 진영과 건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헌법가치를 망각한 ‘타락한 진영의식’에서 당내 건전한 목소리는 사라진다. 자정작용이 사라진 진영에는 강성만 남는다.

당헌·당규는 당원이 따라야할 ‘헌법’이고 ‘법률’이다. 통합당은 당원의 권리와 의무를 밝힌 당헌 제6조에서 ‘당헌·당규를 지킬 의무’를 규정한다.




◇점거, 농성, 물리력행사…당헌엔 '법치구현'



‘제1야당’. 현재 통합당을 수식하는 또 다른 표현이다. 제1야당의 역할 중 하나가 ‘행정부 견제’다. 또 대통령 선거과 국회의원 선거에선 집권세력을 상대로 ‘심판론’을 꺼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통합당을 보면 정부 견제의 방식으로 ‘투쟁’을 선택한다. 국회에 들어가 ‘논쟁’  ‘비판’하지 않는다. 쟁점 현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은 없다. 

통합당의 당헌 제1장에 적힌 “법치를 구현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와 국정을 지향한다”는 구절은 그저 활자일 뿐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당시 한국당의 모습은 법치 구현과 거리가 멀었다. 대화 테이블에 형식적으로 앉았을 뿐 실제 대화에 나서지 않고 투쟁만 택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관련 법안에 ‘절대 반대’만 외칠 뿐이었다. 한국당의 주장, 대안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해 4월 검찰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막았다. 지난해 12월 선거법 표결 당시에도 의장석 주변을 점거했다. 패스트트랙 충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문제로 항의 방문하러 찾아 온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원실에 감금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들만 20명이 넘는다. 

투쟁을 위한 투쟁만 되풀이됐다. 당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등 현안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대여 투쟁을 강조하며 당내 지지 결집을 시도했다. 이때 ‘타락한 진영의식’이 작동했다. 당헌과 당규 어디를 봐도 “다른 진영과 피터지게 싸워라”는 얘긴 없다.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반대로 가는 '극우화'



통합당 당헌에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를 지향한다’는 표현이 있다.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강령에는 “역사적 경험을 반성적으로 성찰하여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켜 나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통합,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숙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만 ‘득세’한다. 지난해 2월 한국당(현 통합당) 의원들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라는 발언이 국회의원 입에서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당심(黨心)이 극우화됐다는 진단이다.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대표를 맡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유가족을 국회에서 만나 사과했지만 당내에서는 ‘막말’보다 ‘사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나왔다. 

건전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당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대두된 탓이다. 김 전 위원장은 공청회 직후 치러진 2·28 전당대회에서 당원들로부터 야유까지 받았다. 보수의 ‘타락한 진영의식’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다.

통합당은 당규 제7조 당원자격 심사에 △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뜻을 같이 하는 자 △당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의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 △개혁의지가 투철한 자 등을 규정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통합당 인사들은 ‘당의 이념과 뜻을 같이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땨문이다. 통합당 스스로 지키지 않는 ‘당헌·당규’는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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