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안보·경제·협력...'시대정신'따라 지향점 변화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3회]④'당헌·당규'의 역사

김예나 인턴기자 정진우 기자 l 2020.03.23 18:45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제21대 총선을 한달 앞둔 3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정당은 작은 ‘사회’이자 ‘결사체’다. 국가의 헌법, 사회의 규범보다 더 강한 장치를 갖고 있다. 정당이 ‘한몸’으로 움직이려면 따라야할 가치와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 미래 비전에 대한 합의점 등이 필요하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다. 당을 대표하는 가치와 이념을 넓게 제시한다. 뒤따라오는 당규는 ‘법률’에 해당한다. 당헌에 관한 구체적 세부 규정을 제시해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위반한 이들에겐 당내 비판이나 징계가 따른다. 당원 입장에서 받는 페널티는 꽤 강하다.
 
당헌·당규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제헌 이후 최초 집권여당인 자유당은 1949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내세운 ‘일민주의’를 당시 강령에 해당하는 ‘당시(黨是)’로 정했다.

일민주의는 ‘하나의 국민’으로 대동단결하자는 뜻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자유당은 일민주의를 정체성 삼아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국민을 통합하려 했다.

1962년 제3공화국 당시 최초로 정당법이 명문화되며 당헌·당규도 자리잡았다. 당헌 공개는 정당 설립의 필수 조건이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당법은 한 차례 옷을 갈아 입었다. 이후 구체적인 당의 운영 사항을 당헌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투명한 창당 과정을 보장하고 조직 운영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취지였다. 당원의 입당·제명 절차와 간부 선임, 재정 운용 등에 대한 내용이 필수 요소가 됐다.


역대 정당들은 당헌·당규에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담았다. 1987년 정치권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였다. 

당시 YS와 DJ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통일민주당은 강령에서 “일체의 독재를 단호히 거부하고 국민주권과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실현한다”고 했다.

보수정당은 안보와 경제 성장의 메시지를 주로 담았다. 역대 ‘최장수’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은 강령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안보강국’ 등의 지향점을 강조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당을 꾸리며 대북정책 관련 일부 표현을 삭제하고 ‘경제 민주화’를 추가했다. 당시 강령의 변화는 대북정책에 유연하고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보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20대 국회 주요 정당의 당헌·당규는 ‘협력’과 ‘통합’을 이루겠다는 다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야 모두 협치와 통합의 노력 대신 진영 싸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당헌당규의 협력정치가 지켜지지 않는)그 부분이 정치개혁이 필요해지는 지점”이라며 “시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기대나 시민적 성숙도에 비해, 정치 현실이 아직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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