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n번방' 긴급질의…"구글은 되도 텔레그램은 안된다"(종합)

[the300]

이지윤 기자, 권제인 인턴기자 l 2020.03.25 15:31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3.25./사진=뉴시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식물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움직였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디지털성범죄물 관리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해외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25일 열린 과방위의 '텔레그램 등 디지털 상에서의 성범죄 관련 긴급현안보고'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무대가 된 텔레그램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정부가 가져온 후속조치가 '땜질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상혁 "텔레그램 사업자 연락처도 없어…간접규제도 어렵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은 텔레그램 규제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글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기에 부분적 협조가 가능하지만 텔레그램은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게 없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도 규제하는 방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은 사업자 연락처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나와있는 이메일 주소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며 "(고객센터를 통해) 삭제 조치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서버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계속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3.25./사진=뉴시스


이와관련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해외 인터넷사업자의 디지털성범죄물 삭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저희가 시정을 요구하는 것을 해외사업자도 수용해 삭제하거나 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부, 디지털성범죄 종합대책에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막지 못했다"


디지털성범죄 주무부처로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방통위의 후속조치는 과거 발표된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재탕한 수준"이라며 "지극히 땜질처방에 불과하다. 어떻게 제2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송치되고 있다. 2020.3.25/사진=뉴스1


여당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손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7년 9월 관련 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며 "이어 정부는 2018년에도 보완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종합대책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 위원장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왔지만 텔레그램의 보안성 문제라든지 서버 위치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과방위 결의안 채택…"디지털성범죄, 영혼까지 파괴하는 중대 사안"


과방위는 이날 '텔레그램 등 디지털 상에서의 성범죄(이른바 n번방 사건) 근절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국민이 정치권을 믿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과방위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결의안 채택을 강조한 바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N번방 범죄자 엄중 처벌하라!'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참석하고 있다. 2020.3.25/사진=뉴스1


과방위는 결의안에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행위이자 성범죄물 유포행위인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고 있다"며 "디지털성범죄는 공동체의 윤리와 도덕, 가치관을 무너트릴 뿐 아니라 우리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가 실시한 대책이 미온적이었다"며 "2017년 9월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도 근원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이 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 "국회와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디지털 성범죄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등 과방위 소관 법률을 면밀히 검토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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