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귀국 재외국민은 '한국인'…이용료도 '공짜' 아냐

[the300]

권다희 기자 l 2020.03.26 13:35


3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에 투입된 전세기가 도착한 가운데 교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각국에 고립된 한국인들을 ‘구출’ 하기 위한 정부 전세기 투입이 늘어나고 있다. 전세기로 귀국하는 이들 대부분은 한국 국적의 국외 체류자들이다.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 보호 의무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엔 전세기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세기를 탈 때 정부가 책정한 항공료도 부과된다. 
 
◇재외국민은 '한국인'=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외동포는 '재외국민'과 '한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즉 현재는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포로 나뉜다. 

예컨대 미국 등의 시민권을 취득해 한국국적을 포기한 이들과 재일교포 등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전 국외로 이주한 동포·직계비속은 '국적이 한국이 아닌 동포’에 포함된다.
 
재외국민은 국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즉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재외국민등록법'에 따르면 외국의 일정 지역에 90일 이상 거주할 의사를 갖고 그 지역에 체류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관할 대사관 등 공관에 등록해야 한다. 이 등록자들이 재외국민이며, 재외선거 등을 통해 국내 총선·대선 등에서 투표권도 행사한다.
 
재외국민은 거주 목적에 따라 영주권자와 일시체류자로도 나눌 수 있다. 영주권자는 해당 국가에서 영주권 등 장기체류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며, 일시체류자는 유학생, 주재원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전세기로 귀국을 했거나 희망한 이들은 재외국민, 즉 한국 국적자들이다. 첫번째 정부 전세기가 투입된 중국 우한의 경우 1차(귀국일 기준 1월31일), 2차(2월1일) 항공편으로 각각 368명, 333명이 귀국했고 이들은 전원 한국 국적이다. 

우한 3차 전세기(2월12일) 부터는 재외국민의 외국인 배우자 등 외국 국적자들이 포함됐다. 우한 3차 전세기로 총 147명이 귀국했으며 이들의 국적은 한국 79명, 중국 67명, 미국 1명이다.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귀국(2월19일)한 일본 크루즈선 탑승자의 경우엔 총 7명 중 한국 국적 6명과 함께 이들 중 1명의 배우자인 일본 국적자 1명이 있었다. 이란에서 전세기(3월19일) 편으로 귀국한 이들 80명 중에서는 한국 국적이 74명, 이란 국적자가 6명이다.   

(인천공항=뉴스1) 황기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이란에 체류 중인 교민들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외교부는 탑승객 중 한국 국적은 74명, 외국 국적의 재외동포 및 가족이 6명이라고 밝혔다. 2020.3.19/뉴스1



◇재외국민 보호는 국가 의무…전세기 '공짜' 아냐= '정부 예산을 써 세금을 국내에 납부하지 않는 재외국민의 귀국을 돕는게 맞느냐'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재외국민이 한국 국민이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현재 전세기 탑승자 상당수가 유학생 등 일시 체류자란 점은 전세기 투입의 근거가 된다. 

전세기 투입 시엔 정부가 임차료 형식으로 예산을 지출한다. 정부 예산 중 '재외국민긴급지원'을 위해 마련해 둔 약 10억원은 전세기 투입이 예상 보다 늘어나며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제3조 1항은 '국가는 영사조력을 통해 사건·사고로부터 재외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재외국민보호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보다 앞서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국민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했다. 

여기에 귀국을 했거나 희망한 이들은 재외국민 중에서도 유학생, 주재원 등 일시체류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국경 폐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재외국민이 아닌 단순 여행객을 데려와야 할 상황도 생겼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5일 페루 전세기 운항 계획을 설명하며 탑승 예정자 202명 중 "상당수는 여행객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단원들, 출장갔던 한국인들과 교민 일부"라고 설명했다.  

전세기 이용 시 항공운임에 준하는 이용료도 부과한다. 우한 전세기의 경우 1, 2차 기준 탑승객당 30만원을 납부했으며, 이란 전세기는 성인 기준 1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페루 리마에서 출발해 28일 오전에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계획 중인 전세기 운항의 경우 쿠스코에서 리마까지 약 50만원, 리마에서 인천까지 약 350만원의 자비 부담이 이뤄진다. 

밀라노 430명, 로마 151명 등 총 581명이 귀국을 희망한 이탈리아에는 2편의 전세기를 띄울 예정이다. 31일 밀라노에서 인천으로, 1일 로마를 거쳐 밀라노를 경유 해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 중이다. 이 전세기 탑승자들에겐 성인 기준 200만원의 이용료가 부과된다.    

정부도 예산이 소요되는 전세기 투입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쓴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전세기가 투입된 곳은 중국 우한·일본 크루즈·이란이며 투입이 확정된 곳은 페루·이탈리아다. 

우한과 이란의 경우 항공편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었고, 페루 역시 페루 정부가 국경을 폐쇄한 탓에 자력 출국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탈리아도 코로나19 확산이 날로 심각해진 가운데 민간차원의 항공편 운항이 힘들어지자 정부가 나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현재(25일 기준) 전세기 투입은 페루, 이탈리아만 추진 중이며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현재 전세기 투입 요건을 갖춘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투입 요건과 관련 이 당국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은 위험도"라며 "해당국 정부의 조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해당국 체류가 얼마나 위험하느냐의 문제, 그 국가에서 한국으로 이동할 수단이 있는 지 여부 등"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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