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 김종인 세우고, 황교안 종로 집중…'20일 승부수'

[the300]

박종진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03.26 13:00
26일 오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 두번쨰)의 자택에서 만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왼쪽 두번째)와 신세돈(왼쪽), 박형준(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 /사진=통합당 제공


김종인이 돌아왔다. 2012년 새누리당을,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었던 장본인이 2020년 미래통합당의 선거 지휘봉을 잡았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를 20일 앞두고 '김종인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돌파구가 필요한 황 대표의 절박함과 결자해지(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를 원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고민이 맞아떨어졌다.

'원톱'으로 당 선거전략을 지휘할 김종인 신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칭)이 또 한번 승리의 드라마를 쓸지 관심이다.



미래통합당, '원톱' 김종인 체제로 총선 돌파



박형준·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종인 전 대표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박형준 위원장은 "김종인 대표께서 선거 대책에 관한 총괄 역할을 하시기로 했다"며 "오는 일요일(29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한차례 무산된 김 전 대표의 영입은 황 대표의 간청으로 성사됐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대표께서 오늘 아침 황교안 대표와 약속이 이루어져서 오전 10시30분에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과 저희 두 공동선대위장이 김종인 대표 자택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저희가 지금 어려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데 거기에 동참해주길 간곡히 호소드렸다"며 "김 대표께서 흔쾌히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이날 전격적으로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통합당은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 박형준·신세돈 공동위원장은 김 전 대표를 보좌하는 역할을, 황 대표는 자신의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한다.

당초 김 전 대표 영입에 걸림돌이 됐던 공천 문제는 이미 끝난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김 전 대표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을 비판하고 이와 관련 당내 반발이 불거지면서 영입이 무산된 바 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서울 강남구갑에 전략 공천한 것을 두고 "국가적 망신"이라는 표현까지 쓰자 당내에서 거부감이 적잖았다. 심재철 원내대표까지 나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오해가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며 "공천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3.26/뉴스1




통합당, 돌파구 확보…확실한 '스피커' 내세웠다



통합당으로서는 김 전 대표 영입으로 반전의 기회를 엿보게 됐다. 통합당은 최근 민심의 흐름이 통합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전환점이 필요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정권 비판 여론이 상대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통합당은 공천 번복 등으로 내부 갈등을 겪었다.

민심을 뒤흔든 경제적 어려움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 탓이 아니라 코로나 탓'이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데도 대안은커녕 집안싸움만 보여준 꼴이었다.

또 기존 선대위 구성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 전 대표의 필요성이 보다 분명해진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뛰어난 전문가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스피커'는 아니다.

정치 지형과 선거전략에 밝은 박 교수와 경제 전문가인 신 명예교수가 책략을 짜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얼굴'이 아쉬웠다는 얘기다.



칼 갈아온 김종인, 민주당 잡을까



김 전 대표가 상대인 민주당을 누구보다 잘 알고 '분노'를 품고 있다는 점도 영입 배경이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선거 지휘봉을 잡았고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갈등 끝에 쫓겨나다시피 당을 떠났다.

최근 회고록을 펴낸 김 전 대표는 정치 인생 마지막 작품을 21대 총선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발간한 회고록에서 김 전 대표는 "어쩌면 나는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이 순간 재임하고 있는 대통령도 돌아가는 형국을 보니 편안하게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고 혹평했다.

통합당 선대위를 맡는 일이 본인으로서는 결자해지, 통합당으로서는 정권 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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