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견제 부른 정봉주 '노+파' 스카프의 위력?

[the300]숫자로 확인된 '민주당' 파이 갉아먹기…여권 '진짜 민주당' 싸움

이해진 기자 l 2020.03.26 16:04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손혜원, 정봉주 최고위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2020.3.8/뉴스1


"이해찬 대표와는 40년 인연이다. 제가 20대 청년 때 만났다. 얼마나 엄혹한 세월 살아왔다는 말씀 나눴다"

올해 2월 '컷오프'를 앞두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정봉주 전 의원은 "40년 인연"을 강조했다. 이후 눈물의 기자회견에서는 "저는 영원한 민주당원"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2개월 만에 그는 민주당을 나와 '노란색과 파란색 스카프'를 둘렀다. 최근 비례대표 의석을 둘러싼 여권 분위기는 '진짜 민주당' 싸움으로 정리된다. 


"'진짜 민주당'은 나야 나" 


4·15 총선 비례대표 의석을 두고 여권에서는 '진짜 민주당'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간 '경쟁'이 여론조사로 확인되면서 물밑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부터 나서 열린민주당을 공개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과 만남을 갖고 시민당이 민주당의 유일한 우당(友黨)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무단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민주당을 만든 것은 개인 자유"라면서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민주개혁세력의 비례연합정당은 시민당"이라고 말했다. 


정봉주의 '노+파' 스카프…"盧 정신, 文 성공"


하지만 열린민주당 역시 '진짜 민주당'을 표방하며 여권 지지자 표심을 공략 중이다. 당색도 열린우리당의 노랑색에 더불어민주당 색깔인 파랑색을 더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8일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노무현 정신의 계승과 문재인 정부의 사수,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란 촛불 시민의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4번)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2번)도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았다. 열린민주당은 "대통령의 입(김의겸)과 칼(최강욱)이 왔다"고 했다. 김 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한 형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굽이치다 하나의 바다에서 만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DJ참배·권양숙 여사 예방 나선 시민당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희종, 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희종 공동대표, 이해찬 대표, 최배근 공동대표. 2020.3.25/뉴스1


시민당은 열린민주당이 '서자', 자당이 '유일한 우당'이란 논리다.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는 26일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대표가 '참칭'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충분히 생각해보면 열린민주당은 일종의 '서자' 수준도 아니고 철저히 민주당과 거리가 있는 다른 정당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후보들은 27일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묘역을 참배한다. 이어 봉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도 예방한다. '진짜 민주당'으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일정으로 읽힌다. 


열린민주당 "11%은 시작", 더불어민주당 "쪼그라들 것"


26일 리얼미터의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조사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율은 11.6%를 기록했다. 열린민주당 이번 처음 여론조사에 포함됐다(이 조사는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을 조사한 결과다.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시민당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9.1%포인트 하락한 28.9%였다. 열린민주당이 민주당 지지층 표를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열린민주당 관계자는 "과정이 복잡했던 시민당 공천과 달리 선명한 열린민주당 공천 효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후보별 공약이 발표되면 지지율이 더 올라, 25%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넘볼 수 없는 지난 총선 국민의당 지지층을 정책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열린민주당 10%대 지지율은 이미 가져간다고 예상했던 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지층이 지금은 시민당 앞 번호 후보들에 대해 '누군지 모르겠다 왜 찍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당이 이를 해소해나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이 본선때까지 이어지지 않으리라 보고, 쪼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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