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꼴보기 싫다고…괴물? '유튜브 정치'의 탄생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6회]③뉴미디어 시대의 ‘타락한 진영의식’

이원광 기자, 정진우 기자 l 2020.04.02 18:40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안산=뉴스1) 조태형 기자 = 4·15총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경기지역 후보들이 유튜브 및 SNS를 활용한 홍보 전략을 택하고 있다.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내 선거 사무실에서 단원구을에 출마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단원구갑에 출마한 김명연 미래통합당 후보가 각각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2020.3.30/뉴스1



정치권의 주무기는 ‘유튜브’다. 종이신문·지상파 방송·인터넷 언론·종합편성 채널·팟캐스트 등을 이어 이젠 유튜브 정치 시대다.
 
보수와 진보 등 갈라진 진영 속에서 진영 논리와 진영 궤변을 요리한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는 골동품으로 치부된다. 국민들은 입맛에 맞는 유튜브 세상에서 산다. ‘우리끼리’ ‘자기끼리’ 보고, 소통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 추락과 무관치 않다. 뉴미디어가 ‘타락한 진영의식’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기성 언론의 타락이 낳은 괴물이기도 하다.
 



◇열성 지지층 몰리는 유튜버 ‘상위권’ 차지



서울 여의도 국회는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 유튜버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국회 기자회견장 등에선 어렵지 않게 유튜버를 접할 수 있다. 이들은 이동 가능한 소규모 촬영 장비를 들고 국회 곳곳을 누비며 콘텐츠 생산을 위한 취재 활동을 한다.
 
정치 분야에선 대체로 보수 유튜버들이 주목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수 성향의 기성 언론들이 적극 보도한 후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및 조회수 규모 등을 게재한 ‘유튜브 랭킹’(4월1일 기준)에 따르면 뉴스·정치·사회 분야 구독자 기준 7위 신의한수(122만명), 13위 진성호방송(89만명), 24위 펜앤드마이크TV(67만명), 28위 가로세로연구소(56만명), 29위 고성국TV(54만명) 등 보수 유튜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진보 유튜브 채널 중에는 9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13만명), 21위 딴지방송국(75만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핵심 주제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 등에서 질적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사실’을 알리기보다 ‘포장’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정보가 아닌 가짜 뉴스도 쉽게 생산되고 공유된다.
 
열성 지지자들은 해당 콘텐츠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옮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유통 및 확대 재생산에도 앞장선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다. 자발적·적극적 정치 행위 측면도 없지 않지만 ‘타락한 진영 의식’도 함께 유통된다. 





◇언론의 영역에 들어온 유튜브



각 진영의 열성 지지자들은 듣고 싶고 보고싶은 ‘팩트’를 유튜브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눈이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을 꺼리던 고령층을 움직인 것도 유튜브다. ‘정치 유튜브’의 흥행 공식이다.
 
유튜브가 정보를 제공하고 때때로 의제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영역에 들어왔지만, 반쪽짜리 언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튜브의 본질은 동영상 콘텐츠다. 콘텐츠가 좋아야 사람들이 몰린다. 그러나 ‘정치 유튜브’ 시장은 다르다.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 대부분이 자기 진영의 맹목적 지지나 상대 진영 비난 등에 매몰된다. 대결 구도(프레임)를 강하게 세운 뒤 풀어간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콘텐츠가 통한다는 믿음은 ‘정치 유튜브’ 시장에선 몽상에 불과하다.
 
AI(인공지능) 기반 자동 추천 시스템은 이같은 부작용을 키운다. 사용자 선호를 분석해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인데,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진영의 채널만 보게 한다. 정보 검색에 취약한 중·장년을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틀어만 두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는 TV를 넘어선다.





◇확증 편향, 공론장 기능 마비…“사회 갈등, 증폭”



유튜브의 성장은 제 역할을 못하는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믿었던 언론이 허위보도 혹은 과장보도를 일삼는 현실을 떠나 유튜브 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10여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도 형태가 대표적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 등을 헬기까지 동원해 생중계했고 ‘논두렁 시계’와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문제는 확증 편향이다. 유튜브의 성장은 뉴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면서 ‘타락한 진영의식’을 강화시킨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 주목하고 그 외는 무시하는 방식의 사고를 의미한다. 유튜브가 구독자 각자의 성향을 더욱 강화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든다.
 
진영의 선수들, 정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미래통합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는 지난달 31일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가 끝나면 오랫동안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 어느 교도소든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되니 괜찮다”는 내용을 내보내 논란이 일었다.
 
언론의 공론장 기능도 마비된다. 실제 지난 1월 ‘신의 한수’에 게재된 ‘윤석열, 문재인 비리 찾았다’ 편에는 현재까지 100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보수 야당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진보 유튜브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올라온 ‘판사가 된 이유 그리고 사법농단’ 편에는 윤 총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이탄희 전 판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글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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