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수·시청률 편승한 양극화 멈춰야"

[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6회]④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의 진단

유효송 기자 l 2020.04.02 18:45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맹목과 궤변, 막말 등으로 가득한 '타락한 진영의식'에 갇혀있다. 타락한 진영은 시위와 농성, 폭력 등을 일으키며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는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타락한 진영을 없애고 '건강한 진영의식'을 회복해 대화와 협상, 타협 등이 가능한 정치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대한민국4.0'을 시작할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이 지난해 주요 3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 신뢰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언론이 ‘진영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언론이 나뉘니 독자도 분열된다. 봐야하는 뉴스 대신 ‘믿고 싶은 신문만 본다’가 자리 잡았다.





◇양극단에 기댄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의 ‘양극화 편승’이 진영 갈등의 시작이라고 진단한다. 시민사회 세력이 약해지고 언론이 본분을 망각하고 편으로 갈려 양극화가 촉발됐다는 얘기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있을 때 여론을 절충시킬 수 있는 게 시민사회 세력인데 그들이 정치권으로 포섭돼 버렸다”며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세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독 수나 시청률에 집중하느라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았다”며 “뉴미디어의 선정성 경쟁에 내몰려 본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어떤 것이 사실인지에 관심이 없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이 과격화되니 정치인들이 타협하고 싶어도 극단 세력의 포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건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국민은 그 과정에서 정당의 관심 사안에서 밀려난다”고 덧붙였다. 

신문·방송에서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언론 플랫폼이 변화된 것도 진영의식을 타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 교수는 “과거 주류 전통 미디어도 보수와 진보가 있었지만 중도층의 구독자를 의식했었다”며 “인터넷 기반 미디어들이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펴 정치의 진영 대결을 부추기는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언론의 기본은 '정의'



언론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념이 없는 인간은 없다”며 해결책을 ‘진영 논리 타파’에서 찾지 않는다. 대신 정의로움이 언론 보도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제일 큰 문제가 불공정성”이라며 “우리 편만 옳고 남이 잘못하면 물어뜯는 불비례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문제는 진영 논리 자체가 아니라 균형이 없는 
경향성(tendency)”이라며 “조국 사태와 같이 (진영 갈등에 매몰된 이슈) 하나만 터지면 그 외 모든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소한 균형’을 제안했다. “언론이 무리하지 않고 과도하지 않게 비례의 원칙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언론이 프레임을 만들거나 어느 진영의 대변인이 되는 걸 의식적으로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학과 교수는 “언론이 틀 짓기와 프레임을 지어야 한다는 착각과 사명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한다고 해서 ‘자기 편’에게 인정받는다는 경직된 사고가 문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언론 혼자만의 힘 보다는 사회 구조와 정치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정치 편승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정책 베이스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