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신호대기를 노린다"…하태경의 이색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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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민우, 서진욱 기자 l 2020.04.08 15:58
4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장산역 앞 횡단보도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신호를 기다리는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김민우 기자

4일 저녁 7시 부산 해운대구 장산역 앞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국회의원 하태경입니다." 하 의원은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려 얼굴을 보여준 후 주민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주민들의 가볍게 목례만 하는 사람,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 자신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는 사람 등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것이 하 의원의 소통방식이다. 유세차에서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게 하 의원의 생각이다.

하 의원의 소통장소는 '거리'다. 유동인구는 많지만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걷는 지하철 유세보다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과는 짧게라도 대화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횡단보도'유세는 하 의원의 시그니처가 됐다.

20대 총선의 1호공약도 그렇게 탄생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이 부산 제1의 관광지인 해운대로 오는 KTX가 없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냐고 건의했고 하 의원은 이를 자신의 공약에 반영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22년부터 서울 청량리역에서 부산 신해운대역까지 고속열차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현 시국에서 하태경식 '횡단보도 유세법'은 더 빛을 발했다.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주민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21대 총선 공약의 상당수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장산역 앞 횡단보도에서 지역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민우 기자


'온라인'도 하 의원의 주요 소통창구다. 카카오톡 플러스로 하 의원을 '친구'로 추가할 경우 하 의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이른바 '카나비사태'로 대표되는 e스포츠 불공정 계약 문제도 온라인 소통을 통해 인지한 사건이다. 20대 국회에서 하 의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해결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하 의원은 "그동안 보수진영의 주요 지지층이 50대 이상이었지만 이제는 청년들과도 소통해야 한다"며 "20~30대를 잡으면 50대 이상 지지층과 결합해 보수가 필승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하 의원의 이런 소통능력과 전략을 인정해 하 의원에게 부산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 의원은 "부산 지역 18석 가운데 6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데 민주당 의석수를 6석 이하로 줄이면 성공"이라며 "앞으로 실수만 안한다면 부산 지역에서 전지역을 석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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